작별을 아쉬워하는 팬들로 체육관은 빈 자리 하나 없이 꽉 메워졌다.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후배 스타들은 일제히 한 자리에 모여 은퇴하는 대선배의 앞날을 축하했다.
30년 농구 인생을 마감한 ‘농구 천재’ 허재(39·TG삼보). 2003∼2004시즌을 끝으로 코트를 떠난 그가 2일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뜻 깊은 은퇴경기를 치렀다.
입장권을 구하려는 열성팬의 발길이 경기 전날부터 이어지더니 비바람이 부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3000장의 티켓은 경기 시작 3시간에 이미 동이 났다. 허재가 20년 넘게 우상이었다는 서울고등과학원 강석진 교수는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싶어 왔다.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국내 농구 사상 첫 은퇴경기는 블루팀과 화이트 팀으로 나뉘어 치러졌다. 블루팀에는 강동희(LG) 이상민(KCC) 현주엽(KTF), 화이트팀에는 문경은(전자랜드) 조성원 추승균(이상 KCC) 김승현(오리온스) 등 올스타전처럼 최고의 별들이 총출동했다. 먼 길을 찾아 온 후배들에게 허재는 직접 점심 김밥을 챙겨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전반과 후반을 화이트팀과 불루팀으로 나뉘어 뛴 허재는 남은 힘을 다 쏟아 붓고 떠나겠다는 듯 거친 숨을 몰아쉬며 코트를 뛰어다녔다. 4쿼터 막판에는 후배들의 도움으로 덩크슛까지 날렸다. 9번 유니폼을 입고 뛴 잊지 못할 마지막 득점.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렸을 때 관중석에선 종이비행기가 날아올랐다. 굵은 땀방울이 맺힌 허재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흘러나오면서도 눈시울은 어느새 붉어져 있었다.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제 돌려드릴 일만 남았네요. 어깨가 무거운 만큼 열심히 할 겁니다.”
체육관을 휘감은 ‘마이웨이’의 선율을 뒤로 한 채 새로운 인생을 떠나며 허재는 이렇게 다짐했다.
원주=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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