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붉은악마 부상' 축구협회 입장표명에 네티즌 분노

  • 입력 2004년 5월 4일 09시 58분


중국 축구팬이 붉은악마 응원단을 향해 던진 철제볼트. 이 사진은 붉은악마 중국 원정응원단에 참가한 신동민씨가 직접 촬영한 것이다.
중국 축구팬이 붉은악마 응원단을 향해 던진 철제볼트. 이 사진은 붉은악마 중국 원정응원단에 참가한 신동민씨가 직접 촬영한 것이다.
대한축구협회(회장 정몽준)가 지난 1일 중국 창사에서 열린 올림픽예선 한·중전에서 발생한 붉은 악마 여성회원 부상 사건과 관련해 향후 중국에서 열리는 원정경기에 응원을 자제해 줄 것을 권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축구협회는 3일 홈페이지(www.kpa.or.kr)를 통해 "불행한 사고가 발생한데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부상당한 분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중국 사회의 질서 수준이나 시민 성숙도가 많이 모자람을 느끼게 된다"고 밝혔다.

축구협회는 "중국축구협회에서는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본부석쪽 2층 코너 부근 맨꼭대기쪽이 낫다는 의견을 내놓았으나, 현지 교민들과 함께 응원하고 싶다는 붉은악마의 의견을 받아들여 그 좌석에서 응원을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축구협회는 "애초에 중국축구협회가 제시한 좌석을 우리가 사양하였고, 또한 물건을 던지는 행위는 공안병력의 능력으로는 현실적으로 막을 수 없었다" 며 "중국 공안의 보호 능력의 문제라기 보다는 중국 관중들의 저열한 의식 수준을 더 문제 삼아야 할 것" 이라고 밝혔다.

이어 축구협회는 첫째, 향후 중국에서 열리는 중국과의 경기에 한국 응원단의 원정응원이나 관람을 일절 하지 말도록 권하며 둘째, 앞으로 중국에서 열리는 경기때 축구협회는 원정응원단의 티켓구입, 좌석구입 등을 일절 지원하지 않는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네티즌들은 축구협회의 공식입장 표명에 대해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축구협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의견을 올린 정지환씨는 "붉은 악마가 12번째 선수이고 한국축구의 힘이랄땐 언제고 신경쓸 일이 생기니까 응원하지 말라니 말이 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경준씨는 "순수한 애국심으로 자비를 들여 원정응원 갔는데 좋은 좌석에 앉아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며 "원정응원단에게 마련해 준 좌석이 가장 열악하고 관람이 어려울뿐만 아니라 시야확보도 안되는 곳이라면 기분이 어떻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박재성씨는 "중국 원정경기에 응원가지 말라는 말이 어디에 있냐"며 "붉은 악마가 중국팬들한테 폭행 당했는데 축구협회가 딴소리를 하다니 진짜 실망"이라고 밝혔다.

장지현씨는 "아직 이 사태에 대해 세밀하게 논의되지 않은 상황이라 믿는다" 며 "중국측에 정중하면서도 강한 유감을 표시하는 동시에 붉은 악마와 교민들을 비롯한 축구팬들에게는 앞으로 한국 축구팬들의 안전을 위해 더 힘쓰겠다는 책임있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축구협회 관계자는 "해외 원정시 협회에서 원정 응원단의 안전까지 보장할 수는 없다는 취지의 답변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붉은악마는 3일 저녁 10시경 홈페이지(www.reddevil.or.kr)를 통해 여성회원 부상당시의 상황 및 사후 원정대책에 대해 공식입장을 밝혔다.

붉은악마는 "이번 사고에 대해서 공식 항의절차를 밟고 있으며 오는 7월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을 비롯한 이후 경기에서의 확실한 안전 대책을 요청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현지 축구협회와 경기장 안전확보 문제를 확인한 후 원정을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축구협회의 중국원정 자제 권고에 대해서는 추후 대의원회의를 통해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용석 동아닷컴기자 duck8@donga.com

◆ 대한축구협회 공식 답변(5월3일)

안녕하세요. 대한축구협회입니다.

많은 분들께서 5월 1일 중국과의 올림픽대표팀 경기때 발생한 중국 관중들의 '붉은 악마'를 향한 위험물 투척 사고에 대해 항의의 글을 올려주셨습니다.

불행한 사고가 발생한데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부상을 당한 분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직 중국 사회의 질서 수준이나 시민 성숙도가 많이 모자람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됩니다.

전후 사정을 처음부터 말씀 드리겠습니다.

지난 4월에 붉은악마 측에서 중국 원정 응원을 위해 대한축구협회에 입장권 구입 요청을 해왔습니다.

아울러 붉은악마에서는 많은 숫자가 응원에 참여할 수 있도록 중국에 있는 한국 교민들과 함께 응원할 수 있는 티켓 좌석을 희망한다고 했고, 축구협회에서도 그것이 안전상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중국을 방문한 대한축구협회 관계자가 중국 축구협회 관계자와 만나 티켓 문제를 협의했습니다. 중국 축구협회에서는 중국 현지에 사는 한국 교민과 주재원들이 단체 구입해 놓은 좌석(본부석 건너편 2층)이 있긴 하지만 공안당국에 문의한 결과 본부석쪽 2층 코너 부근 맨꼭대기쪽이 안전상 더 낫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에서는 붉은악마 쪽에서 한국 교민들과 함께 응원하기를 원했고, 중국 축구협회가 제안한 좌석 위치가 경기장 관람이나 응원하기에 대단히 불편한 곳에 있는데다, 응원 모습의 TV 노출도 전혀 불가능한 위치여서 한국 교민들이 구입한 티켓 좌석 쪽을 희망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 응원단 주변에 공안 병력을 최대한 배치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중국 측에서는 굳이 원한다면 한국 응원단을 교민들이 구입한 쪽으로 앉도록 하고 좌석 주변에 병력을 배치해 주겠지만, 주변에 중국 관중 들이 많아 중국측이 제시한 안전구역이 아니므로 100% 방어가 될수 없음을 이야기했습니다.

대한축구협회에서는 중국 현지 기업체에서 구입한 티켓중 붉은악마몫으로 130여장을 확보하여 붉은악마에게 전달했습니다.

뉴스를 통해 보신대로 경기 당일 중국 관중이 물건을 우리 응원석에 던졌고 붉은악마 응원단의 한 사람이 다쳤습니다. 다행히 심각할 정도의 부상은 아니어서 약간의 치료후 무사히 귀국했습니다.

우리로서는 중국 공안병력이 철저하게 통제를 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표가 매진될 정도로 많은 중국 관중들이 주변에 자리잡는 상황이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대로 공안병력이 최대한 차단을 한다해도 직접적인 폭행이 아니라 이번처럼 멀리서 물건을 던지는 경우에는 통제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사고를 막지 못한데 대해 중국 축구협회나 중국 공안당국에 1차적인 책임을 물을수도 있지만 애초에 그들이 제시한 좌석을 우리가 사양하고 현지 교민들이 단체로 구입한 티켓 좌석을 요청한 우리의 책임도 일부는 있으므로 무조건 중국 측에 책임을 물을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더구나 직접적인 위해가 아니라 확인할 수 없는 곳에서 물건이 던져지는 사고는 그날의 운동장 상황과 공안 병력의 능력으로는 현실적으로 막기가 불가능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공안 당국의 보호 능력의 문제라기 보다는 중국 관중들의 저열한 의식 수준을 더 문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이번 사건에 따라 대한축구협회가 내부적으로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향후 중국에서 열리는 중국과의 경기에 한국 응원단의 원정 응원이나 관람을 일절 하지말도록 권한다.

앞으로도 중국에서 계속 경기가 열릴텐데 중국 관중들의 질서 의식을 고려하면 비슷한 사고는 계속 생길수 있습니다. 잇따라 발생하는 사고의 형태로 봤을 때 이는 중국 축구협회나 공안당국이 현실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2. 앞으로 중국에서 열리는 경기때 대한축구협회는 원정 응원단의 티켓 구입, 좌석 확보 등에 대해 일절 지원을 하지 않는다.

엄밀하게 봤을 때 대한축구협회는 외국 원정 경기시 선수와 코칭 스태프, 임원의 안전만을 책임집니다.

외국 축구협회 주최의 경기인데도 축구 경기라고 하여 대한축구협회가 한국 교민, 응원단의 영역까지 안전을 책임지거나 해당국에 안전을 요청할수는 없습니다.

멀리까지 와서 우리 대표팀을 응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나 고맙지만 더 이상 응원단의 안전 문제까지 협회가 관여하여 뒷감당을 할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외국 원정 경기에서 안전 책임의 주체는 해당국 축구협회와 경찰 당국이며, 자국민의 안전 사고에 대해서는 해당국 주재 대사관에서 항의하고 법적 처리를 요청할 일입니다.

이는 대한축구협회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실질적인 권리와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함입니다.

같은 동포의 사고에 대해서 흥분하고 분개하는 축구팬 여러분의 마음을 대한축구협회도 충분히 이해하고 저희들도 똑같이 분개를 합니다.

그러나 전후 사정에 대해서 충분히 인지하신다면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해 질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고 발생에 대해 다시한번 안타깝게 생각하며, 피해를 당하신 분의 정신적, 육체적 상처가 빨리 아물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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