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프로야구]“1할4푼2리라니” 승엽아! 일어나

  • 입력 2004년 5월 9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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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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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의 끝은 어디인가.

‘아시아 홈런 킹’ 이승엽(28·롯데 마린스·사진)의 방망이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승엽은 8일 긴테스 버펄로스와의 홈경기부터 일본 진출 후 처음으로 7번 타순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1-5로 진 9일에는 3타수 1안타를 날리긴 했지만 팀 득점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최근 6경기에서 홈런 없이 21타수 3안타(타율 0.142)의 참담한 성적표. 이로써 이승엽은 올 시즌 37경기에서 홈런은 5개에 그쳤고 한국의 최고 타자라는 자존심이 무색할 시즌 타율 0.240을 기록했다. 규정 타석을 채운 40명의 퍼시픽리그 타자 중에서 최하위권의 타율.

이제 이승엽은 2군으로 강등돼야 하는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야 할 처지가 됐다. 일본은 4명까지 외국인 선수를 기용할 수 있는데 시즌 초 공격력 강화에 중점을 뒀던 롯데는 이승엽을 비롯해 베니와 프랑코까지 3명의 타자를 모두 기용해 왔다.

그러나 최근까지만 해도 “이승엽이 최고”라며 변함없는 믿음을 보였던 보비 밸런타인 감독은 새 용병 투수 영입을 검토하는 등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한 극단의 조치를 검토 중. 이승엽을 중심 타선에서 제외한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그동안 지켜보고만 있던 일본 언론도 칼을 빼들었다. 닛칸스포츠는 “주포인 이승엽이 찬스 때마다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공격의 맥을 끊고 있다”고 공개 비난했다.

이승엽의 부진이 더욱 심각한 것은 이승엽 스스로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는 데 있다. 딱히 스윙 메커니즘이 달라진 것도 아니고 몸이 아픈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몸쪽 공을 겁내 너무 타석 바깥쪽에 서고 포크볼 등 변화구를 의식해 기다리는 것이 문제라고 하지만 본인은 수긍하지 않고 있다.

이승엽 같은 강타자들은 약간 멀리서 풀스윙으로 잡아당겨 홈런을 만들어 내는 게 일반적. 또 초구나 2구를 친 게 130타수 중 32번이나 될 정도로 타석에서 기다리기는커녕 적극적이었다. 물론 초구나 2구를 공략한 타율은 시즌 타율보다 훨씬 높은 0.281에 이르렀다.

딱히 부진의 원인을 꼽는다면 나빠진 선구안.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유인구를 선호하는 일본 투수들에게 자꾸만 말려들면서 전체적으로 타격 밸런스가 무너져 버린 것.

시즌 초 한때 1위에까지 올랐던 롯데는 이승엽의 슬럼프와 함께 최근 1승6패를 비롯해 9일 현재 15승20패1무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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