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용 배구 여자대표팀 감독은 최광희(30·KT&G·사진) 얘기가 나오자 “따로 지시할 게 없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구민정(31), 장소연(30), 강혜미(이상 30) 등 현대건설 3인방의 합류 거부로 대표팀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을 때도 김 감독은 최광희 걱정은 하지 않았다. 6개월간의 V투어 대장정을 마치고 체력이 바닥났지만 ‘도와 달라’는 한마디에 흔쾌히 대표팀 합류를 수락했을 정도.
전망이 밝지 않던 아테네올림픽 최종예선에서 기적같은 선전을 이끌며 6승1패(2위)의 성적으로 3회 연속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것도 최광희의 역할이 컸다.
팀 내 두 번째 노장 선수지만 연습할 때 가장 먼저 코트에 나와 가장 오랫동안 웨이트트레이닝장을 지키는 최광희의 열정 앞에 후배들은 한눈을 팔지 못한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여자배구의 차세대 대들보로 성장한 정대영(현대건설) 김세영(KT&G)의 선전은 ‘최광희 따라하기’의 결과.
‘반드시 하루 2시간 이상 체력훈련을 한다.’ 이는 최광희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실천해오고 있는 원칙이다.
이런 성실성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1m73의 단신이지만 즐비한 장신 선수들을 제치고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득점랭킹 3위에 오르며 세계적인 공격수로 인정받았다.
“사실상 마지막인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뒤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싶다”는 최광희의 꿈은 국가대표팀 감독이 되는 것. 시간을 쪼개 경희대 교육대학원에서 3학기 째 공부를 하는 것도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이다.
한국여자배구가 아테네에서 76년 몬트리올올림픽 이후 28년만의 메달획득을 자신하는 것은 이런 최광희가 있기 때문이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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