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내친구]골프문화 파수꾼 이종현씨

  • 입력 2004년 5월 27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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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내 골프장엔 골프만 있었을 뿐 문화는 없었습니다. 그린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골프문화 파수꾼’으로 불리는 이종현(44·레저신문 편집국장·사진)씨. 그가 기획한 2004그린콘서트가 지난 15일 서원밸리GC에서 2500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성황을 이뤘다

유익종과 강은철 박학기 코요테 자두 쥬얼리 라이어밴드 프리픽스 등이 출연해 싱그러운 5월의 밤하늘을 고운 선율로 물들였다. 직접 사회를 본 이씨는 마지막 출연자 박학기의 순서가 되자 관객들을 일으켜 세워 스탠딩콘서트를 연출하기도 했다.

“17년 전 골프를 알기 위해 서점에 들렀다가 놀랐습니다. 레슨관련 책자와 컬럼집이 고작이고 그것도 외국 번역물만 있더군요."

89년 시로 등단한 그는 이후 골프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91년 국내 최초의 골프창작집 ‘성적(?) 보고서’를 출간했고 각종 사보와 매체를 통해 골프를 소재로 한 글을 쏟아냈다. 최근엔 ‘골프와 Y 우연과 필연’, ‘골프마니아 비하인드 스토리’란 두 권의 창작집을 잇따라 냈다. 국내 골프관련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인기작가다.

그가 천신만고 끝에 제1회 그린콘서트를 개최한 것은 2001년. 골프장 잔디밭을 처음 밟아보는 일반인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고.

“4,50대의 문화공간이 절대 부족하다는 생각에 골프장 콘서트를 기획했습니다. 통기타 가수들과 함께 연 그린콘서트는 새로운 골프문화가 자리잡는 계기가 됐다고 자부합니다.”

사실 그의 머릿속에 ‘그린콘서트’가 떠오른 것은 이미 10년 전. 그러나 골프장들은 하나같이 잔디가 손상된다며 문전박대했다. 그러던 중 서원밸리GC 최등규 회장이 골퍼를 위한 문화행사란 점을 높이 평가해 선뜻 동참했다.

“하루 매출을 포기하며 골프장을 빌려준다는 것은 대단한 결단입니다. 저는 아이디어만 냈을 뿐입니다.”

구력 17년, 핸디 13인 그는 더 이상 핸디캡을 줄일 욕심은 없단다. 골프장에 가는 것은 골프를 치는 즐거움도 있지만 자연과 교감하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라고. 골프는 가지려고 달려들면 오히려 도망가지만 자연은 갖고 싶은 만큼 담아올 수 있어 좋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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