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이하 한국시간) 아메리칸리그 경기에서는 그야말로 난타전 양상을 보인 경기가 속출했다. 두 팀 합산 9점 미만에서 승부가 갈린 경기는 최종 스코어 2-3을 기록한 애너하임 에인절스 대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이 유일할 정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대 캔자스시티 로열스전 스코어는 17-7, 뉴욕 양키스 대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은 18-5, 그리고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대 보스턴 레드삭스전은 15-2로 끝났다. 이에 비해 9점에서 승패가 결정난 시카고 화이트삭스 대 텍사스 레인저스전(9-0)과 미네소타 트윈스 대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전(4-5)는 조용하게 경기를 치른 편에 속한다.
◎ AL, '핸드볼 스코어' 속출
ㅁ 디트로이트 vs 캔자스시티
디트로이트와 캔자스시티의 맞대결에서 디트로이트가 기록한 안타수는 무려 27개. 반면 캔자스시티가 기록한 안타는 10개다. 두 팀 합산 무려 37명의 타자가 안타로 출루한 셈이다. 핸드볼 스코어에 버금가는 난타전이 벌어진 것이다.
카를로스 페냐(디트로이트)는 이 경기에서 무려 6개의 안타를 몰아쳤다. 올 시즌 4할대 타율에 도전장을 던진 멜빈 모라(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이어 리그 타율 2위를 달리고 있는 알렉스 산체스(디트로이트)도 4안타를 뽑아내며 '양질의 보약'을 먹은 셈.
ㅁ 뉴욕 양키스 vs 볼티모어 오리올스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의 시즌 12호 홈런등 21개의 안타를 캠든야즈에 터트린 양키스가 14개의 결코 적지 않은 안타수로 반격을 시도한 볼티모어를 18-5로 꺾었다. 양 팀이 기록한 안타수는 총 35개. 앞선 디트로이트 대 캔자스시티전보다 훨씬 많은 안타가 양산된 것이다.
데릭 지터(뉴욕 양키스)는 4타수 3안타를 기록하며 드디어 '꿈(?)의 2할대' 복귀에 성공, 시즌 타율 .211을 기록했으며 '고질라' 마쓰이 히데키도 3안타를 몰아치며 3할대 안착에 성공했다. 반면, 아메리칸리그 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모라(볼티모어)도 3타수 2안타로 시즌 타율을 .391까지 끌어올려 4할대 진입에 도전장을 던진 상태다.
ㅁ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vs 보스턴 레드삭스
이 경기는 현재 귀국한 김병현(보스턴 레드삭스)의 소속팀인 관계로 이목이 집중된 경기였다. 게다가, 김병현 대신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브론슨 아로요가 등판한 경기라는 점에서 더더욱 관심을 끈 경기.
하지만, 아로요는 4회 1사까지 7개의 안타를 두들겨 맞으면서 9실점(6자책)이라는 최악의 피칭을 기록한 후 강판당했다. 메이저리그 30개 팀을 통틀어 최고의 팀 평균자책(3.66)을 달리고 있는 보스턴이 이날은 오클랜드 타선에 집중폭격을 당한 셈.
오클랜드는 17개의 안타로 15점을 보스턴 마운드를 상대로 뽑아낸 반면, 보스턴은 오클랜드 마크 멀더의 구위에 밀려 6개의 안타로 2점을 뽑아내는 데 그쳤다. 오클랜드 타선은 선발 전원안타를 뽑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 박찬호ㆍ김병현, '쉬는 게 보약'
허리통증만 없었더라면 박찬호의 등판이 확실시됐던 텍사스 레인저스 대 시카고 화이트삭스전도 9-0 텍사스의 대패로 끝난 상황. 박찬호 대신 선발 등판한 라이언 드리스가 시삭스 강타선에게 4.1이닝 동안 8피안타 7실점(7자책)의 난타를 당하고 강판당했다.
만약 박찬호가 등판했더라면 '득(得)보다는 실(失)이 클' 확률이 높은 경기였다. 팀 타율 아메리칸리그 3위(.284) 득점 리그 1위(258)를 기록중인 시삭스는 현재 텍사스에 결코 뒤지지 않는 파괴력과 위압감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윌리 해리스 - 후안 우리베가 공격의 활로를 찾는 리그 최고의 테이블 세터진에 이어 '빅 허트' 프랭크 토머스-카를로스 리-매글리오 오도네스로 이어지는 상위 타선은 상대 투수들에게 숨돌릴 겨를조차 부여하지 않는다.
박찬호가 선발 등판했더라면 과연 어떤 결과가 초래됐을지 궁금하다. 개인적인 판단에 의하면, 결과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불행 중 다행으로 박찬호의 갑작스런 허리통증이 최근 살아나고 있는 박찬호의 투구 리듬을 잃지 않도록 도움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말한 보스턴의 경우도 마찬가지. 김병현의 선발 로테이션 자리에 들어간 아로요가 오클랜드 타선에 농락당하고 와르르 무너졌다. 부상이 악화된 김병현이 고집스레 선발 로테이션에 있었을 경우, 난타에 이은 초반 대량실점이 쉽게 예상된 상황이다.
최근 대폭발하는 활화산, 아메리칸리그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몇 차례 거른 뒤 정상적인 몸을 추스리고 마운드에 오르는 것도 하나의 개인 전술로 고려해 봄직하다. 가끔은 무모한 정면 돌파보다는 '돌아갈 줄 아는' 여유를 배우는 것도 '성숙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이일동 동아닷컴 스포츠리포터 sp5dnlw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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