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스포츠카페]프로축구 선두질주 포항 최순호감독

  • 입력 2004년 5월 30일 18시 04분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에서 포항 스틸러스의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는 최순호 감독. 큰소리를 칠 만도 한데 그는 인터뷰 내내 조심스러웠다. 성적이 부진했던 지난해 서포터스의 퇴진 압력에 시달렸던 악몽 때문일까. 그의 환한 웃음이 기다려진다. 포항=김성규기자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에서 포항 스틸러스의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는 최순호 감독. 큰소리를 칠 만도 한데 그는 인터뷰 내내 조심스러웠다. 성적이 부진했던 지난해 서포터스의 퇴진 압력에 시달렸던 악몽 때문일까. 그의 환한 웃음이 기다려진다. 포항=김성규기자
《올 시즌 프로축구의 가장 큰 이변을 꼽는다면 포항 스틸러스의 선두 질주. 지난 3월21일 K리그 개막 이후 다른 어느 팀에게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포항은 지난해 7위팀. 그야말로 화려한 부활이다. 그리그 그 선봉에 ‘포항 맨’ 최순호 감독(42)이 있다. 26일 부산 아이콘스와의 홈경기가 끝난 뒤 최 감독을 만났다. 포항은 이날 경기를 시종 주도했지만 아쉽게 1-1 무승부. 더운 날씨는 아니었는데 최 감독은 “왜 이렇게 땀이 나지”하며 연신 이마의 땀을 훔쳤다. 최 감독이 직접 모는 회색 그랜저XG에 등승해 남구 대잠동에 있는 식당 ‘영일대’로 이동했다.》

“아직 언론에서 반신반의하는지 우리 기사가 많질 않아요.” 그가 먼저 어색한 침묵을 깼다. 시즌 전 전문가들이 중위권 정도로 예상했던 포항의 선두 질주는 최 감독 스스로에게도 예상 밖의 성적일 터. 그는 소감을 묻자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처음 3연승 했을 때 정말 조마조마했어요. 전북에 1패를 당하니 오히려 마음이 진정되더라고요.”

선수 시절 최 감독은 정말 대단했다. 상대 진영에서 어슬렁거리다 독수리가 먹이를 낚아채듯 볼을 잡아 골을 터뜨리는 모습은 ‘유쾌, 통쾌, 상쾌’였다. ‘그라운드의 저격수’라는 별명은 그래서 나왔다. 이회택-차범근-최순호-황선홍. 한국 축구 스트라이커 계보에는 그의 이름이 당당하게 올라있다.

최 감독은 91년 한국에서의 선수 생활을 접고 이듬해 프랑스로 건너갔다. 프랑스 2부 리그에서 한 시즌을 뛰면서 코치 아카데미를 수료하고 1부 리그 명문 축구클럽인 옥세르, 파리 샹제르망에서 팀 운영과 훈련 방법 등을 배웠다. 94년 귀국 후 고향 충북 청주에서 5년간 유소년 축구를 지도한 뒤 99년 코치로 친정팀에 복귀했다.

“(지도자가 되기 위한) 준비를 많이 했는데도 쉽지가 않더군요.” 2000년 감독 대행으로 포항 사령탑에 올랐지만 팀은 중하위권을 맴돌았다. 지난 시즌엔 박항서 코치와 우성용 이민성 김기동 등을 영입했으나 결과는 7위.

“지난해가 제 축구 인생의 최대 고비였어요. 나름대로 장기적인 계획이 있었는데 서포터스가 5월 초부터 감독 퇴진 운동을 시작한 거예요. TV 뉴스에도 나고…. 황당했죠. 하지만 아직은 물러날 때가 아니라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최 감독은 그 때의 일이 생각나는 듯 창문 밖으로 먼 곳을 응시했다.

지난해의 충격 때문일까. 이제 우승을 욕심낼 만한데도 조심스럽다. “4강에 들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예요. 물론 12월이 돼 봐야 알겠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감을 드러내 보인다. “준비했던 게 이제 완성단계에 와 있다”는 것. 그동안 팀 전력이 약해 어쩔 수 없이 수비에 치중하는 팀으로 비쳤지만 올시즌 따바레즈, 까를로스 등 브라질 용병 선수 수혈로 공격력이 강화됐고 조직력과 응집력이 궤도에 오르면서 경기 90분 내내 공격과 수비가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는 팀이 됐다는 것.

식사 도중에도 최 감독은 휴대전화 문자방송을 통해 다른 팀의 경기를 모니터했다. 그는 “어, 서울이 이기고 있네. 30일 서울과의 홈경기가 정말 재밌겠는데…”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서울은 이날 전북과의 경기에서 전반 1-0으로 앞서다 한골을 허용해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레 그의 앞으로의 계획으로 옮겨갔다. “일단 훌륭한 지도자가 되어야겠지요. 견문을 넓히려고 어학공부(영어)도 하고 있어요. 장기적으로는 선교활동과 가족, 축구가 함께 어우러지는 삶이 목표입니다.”

그는 술 담배를 멀리하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요즘 들어 신앙심이 더 깊어졌다고 했다. 일주일에 서너 번 새벽기도는 기본이고 경기 시작 전 반드시 15분가량 기도를 한다고. 최근 감명 깊게 본 영화도 멜 깁슨 감독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꼽을 정도.

“가능성 있는 중고교 선수를 대상으로 대회가 없는 몇 개월 동안 운영하는 골게터 전문 육성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성적을 지상 목표로 하는 현재의 ‘학원 축구 시스템’에서는 골게터가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생각. 다른 포지션과 달리 골게터는 장기적이면서도 특수한 훈련을 통해서만 탄생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최 감독은 ‘빠르고 정확하며 다이내믹하고 스케일이 큰 축구’를 지향한다고 했다. 1974년 서독 월드컵 준우승을 이끌었던 네덜란드 ‘토털사커’의 주역 요한 크루이프가 그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선수.

현재는 축구가 삶의 100%라고 말하는 최순호 감독.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그가 지도자로서도 명장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 그 결과가 나올 12월이 기다려진다.

포항=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최순호 감독은 누구▼

△생년월일=62년 1월10일

△가족관계=부인 박귀주씨(44)와 아들 원영(19·미국 유학중) 원우(17·포철공고 축구선수) 2남

△출신학교=청주상고(현 대성고)-광운대

△선수경력=포항(83∼88년)-럭키금성(89∼90년)-포항(91년). 통산 100경기 23골 19어시스트

△국가대표경력=1980∼91년. A매치 94경기 30골

△지도자경력=93년 프랑스 코치아카데미 이수,98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99년 포항 스틸러스 코치, 2000년∼현재 포항 스틸러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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