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젊은 마음이 젊은 팬을 잡는다

  • 입력 2004년 5월 31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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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의 인기를 단숨에 끌어올릴 비결이 있긴 하지. 과외수업만 없애면 돼.”

박용오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입버릇처럼 되뇌는 말이다. 실현 불가능한 얘기지만 그만큼 청소년 팬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사실 프로야구는 인기가 절정을 치닫던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학생 팬이 눈에 많이 띄었다. 그러나 어느새 이들은 중장년이 됐다. 요즘 학생들은 야구장 대신 학원과 PC방을 선호한다.

사례 하나 더. 잠실야구장을 같이 쓰는 ‘한 지붕 두 가족’ LG와 두산은 팬 성향이 확연히 나눠진다. 최근엔 많이 희석됐지만 신세대 스타가 많은 LG는 젊은 팬이, 원년 스타의 향기가 오래간 두산은 중장년 팬이 많았다. 사족이지만 청소년 팬을 강조한 박 총재가 두산 구단주 출신이란 점에서는 아이로니컬하기도 하다.

그렇다면 대체 젊은 팬은 어떤 성향을 가졌기에 이토록 중요한 것일까.

LG와 두산을 보면 쉽게 해답이 나온다. 90년 MBC를 인수한 LG는 같은 서울 팬을 대상으로 하면서도 관중 동원에선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두산을 압도했다. 반면 이 기간 두 팀의 성적은 누가 나을 것도 없이 엇비슷했다. 우승도 나란히 두 번씩 했다.

결국 젊은 팬은 야구장을 찾는 횟수도 훨씬 많을 뿐더러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성적이 중요하긴 해도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란 것을 보여준다.

롯데의 경우도 이를 뒷받침한다. 3년 연속 꼴찌를 했던 롯데는 올해 전력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최하위. 그럼에도 롯데가 이토록 관중 폭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40대 초반의 양상문 감독체제로 팀 체질 개선에 성공한 데다 ‘수입 갈매기’ 정수근의 톡톡 튀는 플레이가 부산의 젊은 팬에게 강하게 어필한 덕분이었다는 평가다.

관중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 잡기는 어렵지만 놓치기는 쉬운 게 관중이다. 미래의 주역이자 야구장의 주 고객인 청소년 팬의 발길을 잡기 위한 깜찍한 아이디어가 절실한 요즘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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