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에서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에 일순간 긴장감이 흐른다. 과녁까지의 거리는 145m. 이윽고 시위를 떠난 화살이 점이 되어 날아가더니 ‘탁’ 하고 과녁을 맞힌다.
서울 장충동 2가 남산 기슭에 자리 잡은 전통 활 국궁을 쏘는 곳 석호정. 전국에는 이러한 전통 활쏘기 터가 약 320여 곳 있다.
“전통 활쏘기 터는 대개 공기가 맑은 숲 속에 있습니다. 가슴을 펴야하는 활쏘기는 폐활량을 길러주는 운동입니다. 또 발끝에 힘을 주고 올바른 자세를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오십견 무릎관절 등에 좋습니다. 정신을 집중하고 평정심을 기르는 것은 물론이지요.”
사두(射頭 ·활쏘기터 책임자) 김태우(63)씨의 국궁예찬론이다. 김 사두는 올해 경력 10년째. 폐가 좋지 않아 시작했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그는 국궁은 양궁처럼 진동방지장치 등 부속장비가 없고 크기도 작지만 훨씬 멀리 날아간다고 설명했다
회원인 경력 6년의 호미숙(42)씨는 활쏘기가 정신건강에 그만이라고 말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 여러 어려움에 처했던 호씨는 심신을 다스려 고난을 이겨내기 위해 활터를 찾았다고. 그는 “비바람 속에서 과녁을 명중시키려면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활쏘기의 과정은 인생과도 같다”고 말했다.
석호정의 현 회원은 58명. 회원들은 매주 4회 정도 활터에 나오지만 제한은 없다. 하루에 쏘는 양은 1회에 5발씩 15∼20회 정도. 신입회원들은 2개월간 교육을 받은 뒤 활을 쏜다. 국궁은 당기는 힘에 따라 38파운드에서 65파운드까지 세분화 되어 있어 자신의 수준에 맞게 고를 수 있다. 활은 20만원, 화살 7000원. 한달 회비 3만원이며 가입비는 남자 20만원, 여자 10만원.
김 사두는 “우리는 예로부터 활을 잘 쏘는 민족이다. 훌륭한 문화유산이자 레포츠인 국궁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02-2273-2061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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