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알쏭달쏭 메추 속마음

  • 입력 2004년 6월 2일 18시 47분


동아일보 자료사진
동아일보 자료사진
브뤼노 메추 감독(50)은 한국에 오는가, 안 오는가.

한국축구대표팀 차기 감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메추 아랍에미리트(UAE) 알 아인 감독이 대한축구협회의 정식 제의를 받은 뒤에도 카타르 알 이티하르구단과 계약 협상을 벌이는 등 줄타기를 하고 있다.

메추 감독은 2일 카타르에서 UAE 두바이로 돌아온 직후 현지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2006년까지 UAE 알 아인과 계약관계에 있다. 카타르에 간 이유는 감독직을 제의한 알 이티하드측과 협상하기 위해서였다. 알 이티하드가 제시한 연봉 200만달러는 매우 좋은 조건이다. 하지만 알 아인의 허락 없이 알 이티하드로 갈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메추는 한국행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50대50”이라고 말했다.

●메추의 속마음은 무엇일까

지난달 22일 축구협회 기술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메추 감독은 한국행을 강력하게 원했다. 그런 그가 ‘딴 짓’을 하는 이유는 보다 좋은 대우를 받기 위한 협상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

메추 감독이 한국행을 결정할 경우 알 아인 구단 측에 물어야 하는 위약금도 걸림돌. 그 액수가 10만 달러라는 설도 있고 100만 달러라는 설도 있다. 계약 내용은 메추 감독과 구단만 알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위약금의 액수가 크면 축구협회에게는 큰 부담.

알 아인은 메추 감독을 계속 붙잡아 두기 위해 알 이티하드가 제시한 200만달러 이상의 연봉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협회가 제시한 조건은 추정치이긴 하지만 연봉 100만달러+옵션(승리수당 등), 숙소와 차량제공, 코치 2명 대동 등.

“이제 국제무대에서 다른 도전을 하고 싶다”고 말한 메추 감독이 한국대표팀 사령탑을 맡을 의사가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알 아인과 알 이티하드 두 구단에서 워낙 거액의 베팅을 하고 있어 마음이 흔들리는 것같다.

●메추 감독이 아니면?

메추 감독의 한국행이 불발되면 어떻게 될까. 대안은 기술위원회가 선정한 2차 후보 4명 중 한명과 다시 협상에 들어가는 것.

하지만 이중 루이즈 펠리페 스콜라리 포르투갈대표팀 감독은 현재 180만 달러의 연봉을 받고 있어 최소한 200만 달러의 연봉을 제시해야 하는 게 걸림돌. 또 마이클 매카시 잉글랜드 선더랜드 감독은 기술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최근 선더랜드와 재계약을 한 게 문제점. 셰놀 귀네슈 전 터키 감독은 2차 후보 4명 중 가장 낮은 평점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방법도 있다. 이들 4명에 비해 지명도는 높지 않지만 실력과 열의를 가진 지도자 후보를 물색하는 게 낫다는 지적도 있다.

●화난 축구팬들

2일 축구협회 홈페이지 ‘팬존’란에는 메추를 성토하는 글이 무수히 떠있다. ‘자존심 상해가며 질질 끌려다녀야 하나’, ‘맘에 들었지만 요즘 생각이 확 변했다’, ‘우리 정서와는 맞지 않는 인물이다’….

스콜라리, 귀네슈 감독 등을 대안으로 모색해야 한다며 우선 협상자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다.

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메추의 회신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는 또 “이런 분위기에선 메추가 와도 걱정, 오지 않아도 걱정”이라며 난감해했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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