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에서 신시내티 레즈로 전격 트레이드되었던 봉중근. 2개월 여 마이너리그 트리플A 루이빌 배츠에서 절치부심, 빅리그 복귀를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린 봉중근에게 애런 하랑의 우측 팔꿈치 부상이 최상의 선물을 제공했다.
바로 꿈에 그리던 빅리그 복귀다. 신시내티는 하랑을 1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린 뒤 바로 봉중근을 빅리그로 불렀다. 주저할 여지도 없이 그야말로 순식간에 이뤄진 것.
◎ 신시내티 - Mr.봉이 필요한 이유
봉중근은 애틀란타 시절 제 5선발을 두고 치열한 접전을 펼치던 라이벌 버바 넬슨과 함께 신시내티로 오는 대신, 크리스 리츠마가 애틀란타 유니폼을 입었다. 이는 댄 오브라이언 신시내티 단장의 선발 로테이션 강화책의 일환이었던 것.
신시내티는 봉중근을 빅리그 엔트리에 포함시키지 않고 바로 트리플 A 루이빌 배츠로 내려보냈다. 바로 선발투수로의 전환을 위한 착실한 수업을 받게 하기 위함이었다. 이로 인해 '기회의 땅' 신시내티를 기대했던 팬들과 봉중근 자신 모두 지난 2달은 힘겨운 나날이 되고 말았다.
봉중근을 빅리그로 불러올린 이유 역시 선발진 강화책의 일환이다. 우측 팔꿈치 인대에 염증이 발생한 하랑은 최근 3번 선발 등판해서 14.1이닝 동안 26피안타 13자책점의 부진한 투구를 보였던 상황. 하랑의 현재 컨디션을 감안한다면 팔꿈치 염증이 아니더라도 선발 로테이션에서 한 차례 점검받아야 할 몸상태였던 것.
봉중근이 신시내티에 꼭 필요한 이유는 바로 신시내티의 선발진이 우완 일색이라는 점. 부상자 명단에 오른 애런 하랑을 포함, 폴 윌슨-코리 라이들-호세 아세베도-토드 반포펠로 이어지는 로테이션이 모두 우완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게 특징인 동시에 치유불능의 '아킬레스건'이다.
이 상황에서 좌완 투수의 가세는 그야말로 '좌우 구색'을 맞추기엔 안성맞춤인 것. 신시내티 빅리그 투수들 중 좌완은 선발과 불펜진을 통틀어 마이크 매튜스가 유일하다. 바로 '좌완' 봉중근의 빅리그 승격이 절실했던 이유다.
◎ 봉중근의 빅리그행, '탁월한 선택'
트리플A에서 선발 수업을 착실히 받은 봉중근. 불펜 생활로 찌든 때를 세척하는 작업이 어느 정도 완성단계에 이미 접어든 상태였다. 봉중근을 둘러싼 주변 여건들이 빅리그 승격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봉중근과 빅리그 승격을 다툴 트리플A 라이벌을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라이벌은 바로 봉중근과 애틀란타 시절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왔던 버바 넬슨.
넬슨은 현재 1승 7패 평균자책 6.92로 완전히 망가진 상태. 우완이라는 점과 현재 성적으론 봉중근의 빅리그 진입 상대로는 비교 부적격이다. 빅리그 승격을 다툴만한 상대로는 4승 5패를 기록중인 맷 벨리슬과 3승 1패의 '좌완' 브라이언 새켈포드 정도.
밸리슬의 경우는 봉중근과 유사한 성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 흔한 우완이라는 점에서 희소 가치가 떨어진다. 봉중근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바로 새켈포드. 구위는 새켈포드가 셋 중에서 비교적 뛰어나지만 문제는 바로 '제구력'.
신시내티 투수코치 돈 굴릿이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바로 제구력이라는 점에서 새켈포드의 빅리그 승격 가능성은 봉중근보다 낮아지게 된 것이다. 올 시즌 트리플A 루이빌에서 10경기에 선발 등판, 4승 4패 평균자책 4.89를 기록중인 봉중근은 현재 팀 내 다승 1위에 올라있어 성적 고과에서도 당연 '0순위'였다.
즉, 봉중근의 승격은 '코리언'이라는 과외의 흥행카드 외에도 충분히 납득할 수준의 객관적 판단에 의한 것이란 분석을 내릴 수 있다.
◎ 신시내티 마운드 - '저니맨(Journey Man)의 맹활약'
올 시즌 돌풍을 몰고 있는 신시내티 선발진은 그야말로 '빈곤 속 풍요' 그 자체. 현재 7승 무패 승률 1.000을 기록중인 폴 윌슨의 놀라운 성장은 그야말로 인상적이다. 게다가 신시내티의 선발진의 특색은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저니맨이 총망라되어 있다는 점.
호세 아세베도를 제외한 윌슨-반포펠-라이들은 소속팀에서 자주 '팽(烹)'당한 뜨내기들이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이처럼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저니맨 출신이라는 점 또한 신시내티의 초반 돌풍이 성적 이면에 숨은 각을 세우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신시내티 마운드가 비상(飛上)중인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줄어든 '볼넷'에 존재한다. 굴릿 코치가 강조한 '볼넷 주의보'가 올 시즌 제대로 먹혀들어간 게 바로 초반 돌풍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봉중근이 여타 경쟁자를 누를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제구력이다.
◎ 봉중근, '난 행복해!' - 투ㆍ타의 완벽한 지원
ㅁ '리들링-그레이브스' 막강 불펜진
빅리그에 복귀하는 순간 봉중근은 메이저리그의 또 다른 코리언 선발보다 누구보다 행복한 사나이로 파격 변신한 셈. 바로 투타의 완벽한 지원이 봉중근의 뒤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5이닝 이상 리드를 이끈다면, 거의 철벽에 가까운 불펜진이 봉중근을 지원할 예정. 올 시즌 내셔널리그 최고의 셋업맨으로 급부상한 존 리들링과 좌완 마이크 매튜스가 버티고 있으며, 마무리에는 내셔널리그 세이브 부문 1위(26세이브) 데니 그레이브스가 뒷문을 철저히 단속한다.
ㅁ '빅 레드 머신의 부활', 레즈 살인타선
게다가, 타선은 더욱 위협적. '리드 오프' 라이언 프릴과 2번 드앤젤로 히메네스가 만들어 주는 밥상을 3번 션 케이시- 4번 켄 그리피 Jr.-5번 애덤 던이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게다가, 부상에서 복귀한 오스틴 컨스마저 하위타선에서 또 다른 밥상을 만들어내고 있어 신시내티는 그야 말로 '빅 레드 머신'의 부활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
여기에 화룡점정을 한 선수는 바로 3루수 브랜든 라슨이다. 끝없는 부상으로 인해 자신의 파워 배팅을 과시하는 데 실패한 라슨이 기존의 히메네스를 벤치로 돌리고 지난 5일 몬트리얼 엑스포스전부터 가세했다. 이로써 신시내티는 거의 숨돌릴 수 없는 막강 타선을 완성한 것.
봉중근이 약간의 실점 억제력만 유지한다면 뒤늦은 선발 로테이션 합류에도 불구,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인 선발보다 훨씬 많은 승수를 챙길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한 것. 그야말로 '기회의 땅'으로 성공적인 이적이 이뤄진 것이다.
신시내티를 기회의 땅에서 '약속의 땅'으로 바꿔나갈 첫 단초는 9일 오전 11시 5분 네트워크 어소시에이츠 콜리시엄에서 열리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원정경기가 될 예정. 선발 맞상대는 '아트 커브' 배리 지토다. 올 시즌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지토와의 맞대결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또 한 명의 스타 탄생이 이뤄지게 된다. 봉중근이 트리플A 루이빌에서 흘린 굵은 땀방울이 결코 헛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이일동 동아닷컴 스포츠리포터 sp5dnlw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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