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장정이 모래판에서 샅바를 잡고 용트림하듯 힘을 쓴다. 바로 옆에선 20대 여성들이 옥타브 높은 기합 소리를 넣으며 샅바를 당긴다.
지난 5일 오후 장충체육관 2층 옥외에 마련된 씨름 전수관. 30여명의 ‘장사’들이 모래판에서 한바탕 격전을 치렀다. 이들은 한국씨름연맹이 주최한 제2회 씨름교실 회원들. 여성 마니아인 배우경씨(28·헬스클럽 트레이너)는 샅바싸움을 끝내고 숨을 헐떡이며 “씨름이 이렇게 재미있는 운동인지 몰랐다”며 “헬스센터 회원들을 모두 데려와야겠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아들이 나란히 모래판을 찾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1기 씨름교실을 수료하고 또다시 전수관을 찾은 김대삼씨(38·사업)와 아들 형래(7·서울 대치초등교)군이 그렇다. 아버지 김씨는 “요즘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은 모래 만지기도 싫어한다. 아들이 모래판에서 씨름하면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한마디. 서울 중구 신당동에서 제조업을 하는 이인제씨(40)는 아들 재호(9·장충초등교)군과 아들 친구 6명을 데리고 씨름장을 찾았다.
전주에서 무술 체육관을 경영하는 김치훈씨(36·전북 완주)는 “씨름을 하지 않으면 몸이 근질거린다“고 했다. 태권도와 특공무술, 합기도 유단자인 그는 ”우리 고유의 스포츠를 너무 몰랐다“며 ”샅바 메는 법은 물론 100여 가지의 기술을 배워가는 게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씨름 기술은 천하장사 출신인 이봉걸 연맹 상벌위원회 위원장 등이 현역시절 경험을 곁들여가며 가르쳐준다.
지난해 10월과 올 5∼6월 두 차례 열렸던 씨름학교 수료자들은 동호회를 결성하고 매달 한 번 장충체육관에 있는 씨름판에서 자체 평가전 및 초보자 강습을 열고 있다. 문의 한국씨름연맹(http://www.ssirum.or.kr/)
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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