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가까이 병마와 싸우는 아버지를 떠올리며 그는 결코 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원하던 승리를 낚은 그는 바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침 이날은 미국의 ‘아버지 날’.
‘효자’ 봉중근(24·신시내티 레즈)이 암으로 투병하고 있는 아버지에게 생애 첫 선발승을 안겼다. 봉중근은 21일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24타자를 맞아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데뷔 후 4번째, 시즌 3번째 도전 끝에 처음으로 맛본 선발승이면서 한국인 왼손투수로는 1호. 시즌 1승1패. 7.71까지 치솟았던 평균 자책은 4.70으로 떨어졌다.
7회 타석 때 대타로 교체된 봉중근은 경기가 끝난 뒤 서울로 국제전화를 걸었다. 지난해 11월 대장암수술을 받고 지난주 2차례 재수술을 받은 아버지 봉동식씨(62)의 안부가 궁금했던 것. 봉씨는 산소호흡기 때문에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지만 “힘들었지. 장하다”며 기뻐했고 봉중근은 “몸은 어떠시냐”며 울먹였다. 어머니 김숙자씨(60)는 “중근이가 하루에 한번씩 아버지 건강을 물어온다”면서 “그런 아들을 봐서라도 차도가 있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봉중근은 1회에 두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기분 좋게 출발한 뒤 낙차 큰 커브와 체인지업으로 세인트루이스의 강타선을 틀어막았다.
신시내티의 켄 그리피 주니어는 5-0으로 앞선 6회에 통산 500호 홈런(역대 20번째)의 축포를 날리며 봉중근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신시내티가 6-0으로 완승.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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