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승엽과의 난투극을 시작으로 올해 들어 김재걸 빈볼 시비, 윤재국 다리 걸기에 이어 김한수 전상열 헬멧 맞히기까지 퇴장에 관한 한 독보적 위치에 오른 서승화를 비난하는 글이 정도를 지나쳐 위험 수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육두문자가 난무하는 것은 물론 서승화 영구 제명 릴레이가 1500건을 육박하고 있다. 이 현상은 시즌을 조기 마감한 윤재국의 큰 부상으로 촉발됐지만 18일 전상열이 머리에 공을 맞으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전상열의 경우는 서승화 입장에선 억울하기 짝이 없는 것. 3-2로 앞선 8회말 1사 2루여서 결코 빈볼을 던질 상황은 아니었고, 풀카운트에서 127km짜리 몸쪽 변화구가 날아오자 제풀에 놀란 전상열이 몸을 웅크리다 헬멧에 맞았다.
문제는 이후 서승화의 태도. 그는 퇴장 명령을 받자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지만 아쉬운 마음은 가슴 속에 꾹꾹 묻어둬야 했다. 고의 여부를 따지지 않는 ‘헬멧 퇴장’은 8개 구단의 합의 사항. 이에 대해 진작부터 논란이 있지만 어쨌든 고치기 전까지는 따라야 한다.
서승화는 윤재국 사건 이후 등판할 때마다 모자를 벗고 머리를 90도로 숙여 심판과 관중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학생 야구에서나 볼 수 있는 행동이지만 어쨌든 보기 좋은 장면이다.
만약 서승화가 전상열의 머리를 맞힌 뒤 그를 걱정하는 제스처를 취했거나 최소한 목례라도 했다면 어땠을까. 윤재국이 넘어졌을 때도 가장 먼저 뛰어가 그를 부축했다면 또 어땠을까. 과연 네티즌들이 그를 향해 끝 모를 험담을 했을까.
우리 선수들은 인사에 아주 인색하다. 투수가 상대 타자의 선수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몸에 맞는 공을 던졌는데도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하는 경우는 눈을 씻고 봐도 찾기 힘들다. 내 잘못도 아닌데 주자만 내보냈으니 손해를 봤다는 느낌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부 코치는 자기 팀 투수가 몸에 맞는 공을 던지고 나서 미안해 하면 새가슴이라고 꾸짖기까지 한다.
모든 갈등은 대화 부족에서 온다. 대화의 시작은 인사다. 선수들이여. 인사합시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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