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의 ‘축구 신동’ 웨인 루니(19·에버튼). 그는 ‘제2의 펠레’다. 22일 열린 유로2004(제12회 유럽축구선수권대회) B조 잉글랜드-크로아티아전. 18일 스위스전에 이어 루니가 다시 2골을 터뜨리자 잉글랜드대표팀의 스웨덴 출신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은 이렇게 외쳤다. “정말 믿을 수 없다는 것 외에 할 말이 없다. 1958년 스웨덴월드컵에서 펠레가 던진 충격 이후 최대의 충격이다.” 브라질 출신의 펠레(64)는 ‘축구 황제’로 불리는 20세기 최고의 축구스타. 그와 비교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인 마당에 루니는 ‘제2의 펠레’로까지 불린다. 왜 그럴까?
한마디로 루니는 펠레를 빼닮았다.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주의 작은 마을 트래스 코라슨 출신인 펠레와 영국 리버풀 태생인 루니는 피부 색깔만 다를 뿐 똑같이 불우한 가정 형편을 딛고 천부적인 재능 하나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펠레는 1958년 6월 스웨덴에서 개막한 제6회 월드컵축구대회에 17세8개월의 최연소 브라질 대표선수로 출전해 6골을 터뜨리며 우승을 이끌었다. 또 18세8개월의 나이로 유로2004에 출전한 루니는 스위스전에서 대회사상 최연소(18세7개월24일) 골을 터뜨린 데 이어 4골로 득점 랭킹 선두로 나섰다.
프로팀에 입문한 계기도 닮았다. 펠레는 부상으로 축구선수 생활을 그만둔 아버지 밑에서 구두닦이 등으로 어렵게 생활하다 11세 때에 재능이 눈에 띄어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리버풀의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난 루니는 뒷골목에서 ‘격투기 축구’로 이름을 날리다 에버튼팀의 스카우트인 봅 펜들톤의 눈에 들면서 빛을 본 경우. 하지만 플레이 방식은 판이하다. 1m70의 펠레가 드리블과 개인기, 골 감각이 뛰어나다면 1m77, 78kg의 루니는 저돌적인 돌파력과 강력한 슈팅이 트레이드마크다. 또 펠레가 부드러운 성격인 데 반해 루니는 길거리축구의 싸움꾼 출신답게 플레이가 거칠고 쉽게 자제력을 잃는 게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루니는 이런 평가에 대해 “난 그라운드에 나가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이번에 골을 넣은 것도 다른 동료들이 잘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의젓하게 응수해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몸값 5000만 파운드(약 1062억원)를 돌파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루니. 그가 과연 프로통산 1363경기에서 1281골, 해트트릭 92회, A매치(국가대표팀간 경기) 92경기에서 97골을 넣은 ‘축구 황제’ 펠레를 능가할 수 있을까. 유로 2004는 루니의 그 가능성을 시험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B조 최종순위
순위
팀
승
무
패
승점
득
실
차
①
프랑스
2
1
0
7
7
4
3
②
잉글랜드
2
0
1
6
8
4
4
③
크로아티아
0
2
1
2
4
6
-2
④
스위스
0
1
2
1
1
6
-5
24일 유로 2004
D조
네덜란드-라트비아(오전 3시45분·MBC)
독일-체코(오전 3시45분·SBS)
▼프랑스, 잉글랜드 8강 합류▼
지난 대회 우승팀 프랑스와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나란히 유로2004 8강에 진출했다. 프랑스는 22일 포르투갈 코임브라에서 열린 B조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흑진주’ 티에리 앙리가 2골을 터뜨리는 활약에 힘입어 3-1로 승리했다. 프랑스는 2승1무를 기록해 조 1위로 8강에 올랐다. 같은 조의 잉글랜드는 2골, 1어시스트를 올린 ‘축구 신동’ 웨인 루니를 앞세워 크로아티아를 4-2로 눌렀다. 잉글랜드는 2승1패, 조 2위로 8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전반 40분 폴 스콜스의 동점골을 어시스트한 루니는 전반 종료 직전 아크 오른쪽에서 대포알 같은 강슛으로 골을 터뜨린 데 이어 후반 22분 단독 드리블로 골키퍼까지 제치고 추가골을 기록했다. 루니는 4골로 득점랭킹 선두.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