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진흥고 정기양(3학년)은 경기가 끝난 후 관중석에 앉아 계신 어머니를 향해 환한 미소를 날려 보냈다.
26일 생신을 맞는 어머니께서 경기내내 보내주신 성원에 대한 답례의 표시였다.
정기양의 이날 활약은 어머니의 생신 선물로 모자람이 없었다. 경주고와의 1회전에 선발등판한 정기양은 6이닝 3피안타 5탈삼진 2실점의 호투로 팀의 4-10 역전승을 이끌며 승리투수가 됐다.
출발은 불안했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경주고 선두타자 차화준에게 안타를 맞더니 2사후 4번 정명현에게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2점홈런을 허용한 것.
“슬라이더를 던지다 맞았는데 정신이 번쩍 들더라구요. 그 이후부터는 직구위주로 볼배합을 바꿔 자신감있게 승부한것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1회 2실점한 정기양은 언제 그랬냐는듯 이후 2,4회 삼자범퇴를 비롯해 6회까지 단 1안타만을 허용하는 빼어난 투구로 경주고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다.
승리소감을 묻자 “저 혼자만 잘한것도 아닌데요 뭘. 특히 유격수를 맡고 있는 (유)승룡이가 어려운 타구를 많이 처리해 준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팀의 주장다운 늠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기양은 원래 육상선수였다. 광주 서림초등학교 5학년때 한 육상대회에 출전했다가 자신을 눈여겨보던 야구부 감독의 눈에 띄어 야구로 종목을 바꾼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정인봉(50)씨와 이영자(47)씨의 2남 1녀중 막내로 1m78 78kg의 다부진 체격을 갖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진흥고 2년 선배인 김진우(기아 타이거즈). “진우형처럼 타자를 압도하는 스타일의 투수가 되고 싶어요.”
아직 프로구단으로부터 지명을 받지 못한 정기양은 김진우와 한솥밥을 먹고싶다는 희망을 살짝 내비쳤다.
고영준 동아닷컴기자 hotba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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