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포르투갈 리스본 루즈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2004(제12회 유럽축구선수권대회) 8강전 포르투갈-잉글랜드의 경기.
연장전까지 120분간의 치열한 공방을 벌였지만 2-2로 비겨 맞은 승부차기. 선축에 나선 잉글랜드의 첫 번째 키커 베컴은 페널티 지점 위에 볼을 올려놓은 뒤 오른발 인프런트로 오른쪽 골대를 겨냥해 강하게 슈팅을 날렸으나 볼은 골대 위를 한참 벗어났다.
베컴이 ‘페널티킥 악몽’에 또 한번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잉글랜드는 5-5의 상황에서 7번째 키커인 바셀의 킥이 포르투갈 골키퍼 히카르두에게 걸렸고 히카르두는 이어 직접 키커로 나서 골을 성공시켜 포르투갈의 6-5, 극적인 승리를 이끌었다.
![]() |
포르투갈은 지난 대회(유로2000)에서 잉글랜드에 3-2로 역전승을 거둔 데 이어 다시 ‘축구종가의 자존심’을 짓밟으며 두 대회 연속 4강 고지에 올랐다.
베컴의 별명은 ‘킥의 달인’. 하지만 페널티킥에선 최근 연이은 실축으로 망신을 당하고 있다. 베컴은 지난해 10월 11일 유로2004 지역예선 터키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했고, 이번 대회에서도 14일 프랑스와의 예선경기에서 찬 페널티킥이 골키퍼 파비앵 바르테즈의 선방에 걸렸다.
스벤 예란 에릭손 잉글랜드 감독은 “경기장 페널티 지점이 움푹 패어 있어 베컴이 경기 전부터 불평을 했다. 잔디 상태가 좋지 않아 슛을 하는 순간 미끄러진 것 같다”고 베컴을 옹호했다.베컴은 경기 후 입을 다문 채 쓸쓸히 경기장을 떠났다.
이날 양 팀은 숨막히는 접전을 펼쳤다. 잉글랜드는 마이클 오언이 전반 3분 선제골을 터뜨리며 앞서 나갔으나 ‘축구 신동’ 웨인 루니가 발목을 다쳐 교체돼 나가면서 포르투갈의 반격에 밀렸다.
포르투갈은 후반 38분 엘데르 포스티가가 동점골을 터뜨리고 연장 후반 5분 후이 코스타가 극적인 역전골을 터뜨렸다. 월드컵이라면 ‘골든골’이었겠지만 이번 대회에는 ‘실버골’ 제도가 채택돼 경기는 계속됐고, 잉글랜드는 연장 후반 10분 프랭크 램퍼드가 다시 동점골을 터뜨려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27일의 유로 2004 |
스웨덴-네덜란드(오전 3시45분·SBS) |
○28일의 유로 2004 |
체코-덴마크(오전 3시45분·KBS2) |
▲실버골▲연장전에서 한 팀이 득점하면 그 순간 경기가 끝나는 골든골과 달리, 전후반 90분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할 경우 15분간 연장전을 치르고 여기서도 승부가 나지 않으면 다시 연장 후반전을 치르는 제도. 한 팀이 득점하더라도 연장 전반이나 후반이 끝날 때까지 경기가 계속된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지난해까지 골든골을 적용했으나 이번 대회엔 실버골을 도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