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것이다. 세네갈이 2002월드컵 개막전에서 프랑스를 이겼던 것을, 그리고 약팀들이 계속 강팀들을 놀라게 했으며, 한국과 터키가 결국 4강에 올라 3, 4위전을 벌였던 것을….
그로부터 2년 후.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모두 유로 2004의 우승 후보들이었지만 탈락해 고국에서 국민들의 분노와 대면해야 할 처지다.
반면 그리스 포르투갈 네덜란드 체코는 4강에 올랐다. 개최국 포르투갈은 예선에서 그리스에 졌다. 포르투갈의 국민적인 영웅 루이스 피구조차도 나라 전체가 걸고 있는 기대 때문에 얼어붙었다. 그리스 선수들은 예전 독일 특유의 조직 축구를 연상케했다. 우연히도 그리스의 오토 레이하겔 감독은 독일인이다.
브라질을 2002월드컵 우승으로 이끌었던 루이즈 펠리페 스콜라리 포르투갈 감독은 그리스에 진 뒤 4명의 수비수 가운데 3명을 뺐다. 스콜라리 감독은 압박이 심한 상황에서 누가 잘하고 누가 잘 못하는지를 파악했다고 말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도 2002년 월드컵 때 그랬다. 스콜라리 감독과 차이가 있다면 히딩크 감독은 경기를 하기 전 믿을 수 있는 선수가 누구인지 미리 알았다는 점이다.
포르투갈이 리스본에서 스페인과 맞닥뜨릴 때 호세 알바라데스타디움에는 월드컵 때 한국이 경기하는 경기장마다 넘쳤던 그 열기가 있었다. 관중은 승리를 갈구했으며 선수들은 민족주의라는 아드레날린을 뿜어내며 펄펄 날았다. 알바라데스타디움의 5만2000명의 관중과 경기장 바깥 수백만명의 응원이 경기에 기름을 부었다.
인구 4000만명의 스페인은 인구 1000만명이 채 되지 않는 포르투갈을 500년 전에 반세기 동안 지배했다. 포르투갈에는 이런 속담이 있다. “좋은 바람도 좋은 결혼도 스페인으로부터는 오지 않는다.” 포르투갈은 이런 라이벌 스페인을 축구에서 23년 동안 이기지 못했다.
포르투갈이 승리한 뒤 리스본의 유명한 바이사 지구로 나갔다. 축제 분위기였다. 젊은이들은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흥분에 취해 있었다. 최소한 17개 민족이 그 오래된 자갈길 위에 몰려 나와 삼바를 즐겼다. 그 분위기 속에서 나는 월드컵 내내 한국이 승리할 때마다 축제가 벌어졌던 한국의 밤들이 생각났다.
이번 유로2004에서 최악은 어디일까. 바로 이탈리아다. 이탈리아는 프란체스코 토티를 중심으로 팀을 구성했다. 그러나 토티는 실패했고, 또 침까지 뱉어 출전 정지처분을 받았다. 감독인 조반니 트라파토니도 물러나야 할 처지다.
가장 최악은 이탈리아가 탈락했을 때 국민이 다른 모든 사람에게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는 점이다. 이들은 심판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인들은 또 덴마크와 스웨덴이 2-2로 비겨 이탈리아가 탈락하게 된 것을 음모라고 주장했다. 월드컵 16강전에서 한국에 패한 뒤 했던 행동과 닮은 꼴 아닌가. 당시 바이론 모레노 심판은 이탈리아 국민의 성화 때문에 결국 그라운드를 떠났다.
잉글랜드 축구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