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한일월드컵을 앞두고 그해 5월 울산에 훈련캠프를 차린 브라질대표팀. 호나우두, 히바우두, 카를루스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즐비했지만 당시 울산 시민들로부터 가장 인기를 끈 주인공이 스콜라리 감독이었다. 훈련이 끝난 뒤 숙소까지 종종 걸어가곤 했던 그는 길에서 어린이들을 보면 번쩍 들어 안아주기도 하고 사인 요청이 줄을 이어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2002월드컵에서 브라질의 통산 5번째 우승을 이끈 뒤 포르투갈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그가 유럽 무대에서 또 한번의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1일 포르투갈 리스본 호세알바라데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2004(제12회 유럽축구선수권대회) 포르투갈-네덜란드의 준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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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콜라리 감독이 이끄는 포르투갈은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를 2-1로 누르고 대회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올랐다. 1966년 월드컵 4강, 84년과 2000년 유로 대회 4강에 만족했던 포르투갈이 메이저대회 결승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개최국의 결승행은 84년 프랑스 이후 20년 만. 스콜라리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각기 다른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월드컵과 유로를 제패한 세계 최초의 지도자가 된다.
그는 두 얼굴의 사나이. 경기장 밖에선 인자하지만 일단 그라운드에 들어서면 냉정한 지도자로 ‘악명’이 높다. 2002월드컵을 앞두고 2001년 6월 남미지역예선에서 부진을 보이던 브라질대표팀을 맡았을 때 팬과 대통령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노장’ 호마리우를 대표팀에서 제외시켰다. 선수 시절엔 무명이었지만 82년 지도자로 나선 뒤 95년(그레미우)과 99년(팔메이라스) 남미 최강클럽을 가리는 리베르타도레스컵대회 정상에 오르며 명성을 얻은 그는 개인보다는 조직을, 공격보다는 안정된 수비를 중시하는 전략가.
이번 대회에서도 포르투갈팀의 ‘정신적 지주’로 꼽히는 루이스 피구가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부진하자 경기 도중 교체하는 등 과감한 용병술과 뛰어난 전술로 승리를 엮어냈다.
움베르토 쿠엘류 감독 사퇴 이후 한국대표팀 감독 후보 4명 중 1명으로 꼽혔던 그는 포르투갈의 결승행이 확정된 1일 2년간 계약을 연장했다. 이로써 스콜라리 감독은 포르투갈을 이끌고 2006독일월드컵에 나서게 된다.
한편 이날 준결승에서 포르투갈은 전반 26분 ‘무서운 10대’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19·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헤딩으로 선제골을 터뜨리고 후반 13분 마니셰(포르투)가 중거리슛으로 추가골을 기록했다.
네덜란드는 후반 18분 포르투갈 수비수 조르제 안드라데(데포르티보)가 자책골을 기록하는 바람에 영패를 면했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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