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황금사자기]덕수정보 최현호 ‘우승 완봉쇼’

  • 입력 2004년 7월 2일 19시 31분


이 기쁨을 무엇에 비기랴. 9년 만에 황금사자기를 다시 품에 안은 덕수정보고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달리며 환호하고 있다. 덕수정보고는 1994, 95년 대회 2연패에 이어 3번째 정상 정복을 이룩했다. 변영욱기자
이 기쁨을 무엇에 비기랴. 9년 만에 황금사자기를 다시 품에 안은 덕수정보고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달리며 환호하고 있다. 덕수정보고는 1994, 95년 대회 2연패에 이어 3번째 정상 정복을 이룩했다. 변영욱기자
덕수정보고가 신흥 강호 야탑고를 물리치고 황금사자를 품에 안았다. 1994, 95년 대회 2연패에 이은 9년 만의 왕좌 복귀다.

2일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제58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동아일보사 대한야구협회 공동주최) 결승전. 공수조화를 자랑하는 조직력의 팀 덕수정보고와 막강 화력의 야탑고가 맞붙은 ‘방패와 창’의 대결에서 덕수정보고는 예상을 깨고 7-0으로 완승했다.

승부는 초반에 일찌감치 갈렸다. 경기 직전까지 비가 내렸고 습기를 잔뜩 머금은 찌푸린 날씨 때문이었을까. 프로 신인 지명을 받지 못했지만 ‘핵 잠수함’ 김병현(보스턴 레드삭스)을 방불케 하는 덕수정보고 사이드암스로 에이스 최현호의 다양한 변화구는 홈 플레이트에서 현란하게 춤을 춘 반면 대포군단 야탑고의 방망이는 기를 펴지 못했다.

투타에서 덕수정보고 승리의 주역은 최현호와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4번타자 좌익수 김문호.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35km에 불과하지만 커브 슬라이더 등 변화구가 일품인 최현호는 탈삼진 6개를 곁들이며 산발 5안타와 볼넷 1개밖에 내주지 않는 절묘한 제구력으로 대회 첫 완봉승을 장식했다. 이번 대회 5경기 중 4경기에 선발 등판해 4승을 책임졌고 평균자책은 1.06.

김문호는 1회 2사 2루에서 선제 결승타점이 된 좌중간 안타를 시작으로 3회 1사 2루에선 우월 2루타, 5회와 7회에는 승리에 쐐기를 박는 중월 1점 홈런을 잇달아 날려 4연타석 안타와 타점을 터뜨리는 진기록을 세웠다.

한편 이번 대회까지 알루미늄 방망이를 사용한 고교야구는 8월 봉황대기 대회부터는 나무 방망이를 쓰게 된다. 8월 봉황기와 9월 대만에서 열리는 세계청소년대회부터는 나무 방망이가 사용된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MVP 김문호 4연타석 타점 ‘찬스맨’

주자가 있을 땐 적시타, 주자가 없을 땐 홈런으로….

그의 방망이가 한번씩 돌아갈 때마다 덕수정보고는 1점씩 올렸다. 4타수 4안타 4타점.

덕수정보고 4번타자 김문호(17·사진). 그는 앞서 4경기에서 20타수 4안타에 1개의 홈런도 없이 3타점에 그쳐 이미지를 구겼으나 결승전에서 방망이를 폭발시켰다. 1회와 3회 적시타에, 선두 타자로 나선 5회와 7회엔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중월 1점짜리 연타석 쐐기 홈런.

2학년 좌타자인 김문호는 “5월 인천고와의 대통령배 결승에서 내가 9회 병살타를 치는 바람에 우승을 놓쳤다. 이번 대회에선 꼭 우승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며 활짝 웃었다.

▼우승감독 최재호 “기량부족 투지로 극복”

“기량 부족을 정신력으로 극복한 선수들에게 공을 돌리겠습니다.”

덕수정보고 최재호 감독(43·사진)은 “우리가 준결승, 결승전에서 만난 천안북일고나 야탑고에 비해 전력에선 뒤졌지만 ‘해내겠다’는 의지에서 앞서 우승컵을 안게 됐다. 올 대통령배대회에서 준우승에 그친 뒤 선수들이 독한 마음을 품고 이번 대회에 나섰다”고 말했다.

1999년 부임 후 2001년 청룡기에 이어 이번 황금사자기가 2번째 전국대회 우승. 최 감독은 “동문회의 결속과 지원이 야구부에 큰 힘이 되고 있다”는 말을 우승 소감에서 빠뜨리지 않았다

그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동안 이날 TV중계를 맡은 KBS 유수호 아나운서(덕수정보고 53회 동문)는 “드디어 해냈다”며 최 감독에게 축하 악수를 건네기도.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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