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10대 요정 샤라포바 첫 메이저대회 정상

  • 입력 2004년 7월 4일 14시 30분


겨우 일곱 살 때 테니스 라켓 하나에 모든 인생을 걸고 아버지 손에 이끌려 미국으로 떠났다. 아버지는 그런 딸을 식당일을 하면서 10년 동안 뒷바라지 했다.

‘시베리아의 요정’ 마리아 샤라포바(17,러시아). 그는 4일 끝난 윔블던 테니스 여자단식 결승에서 3년 연속 우승을 노린 톱시드 세레나 윌리엄스(미국)를 1시간13분 만에 2-0(6-1,6-4)으로 누르고 생애 첫 메이저대회 정상의 감격을 누렸다. 127년 대회 사상 3번째 최연소이자 13번 시드로 우승컵을 안아 역대 가장 낮은 시드로 여자단식 우승. 러시아 여자선수로는 사상 첫 윔블던 챔피언. 지난달 프랑스오픈에서 아나스타샤 미스키나(러시아)의 우승에 이어 러시아 선수 메이저 2연승의 강세.

나이제한규정에 따라 1년에 13개 대회 밖에 출전할 수 없는 샤라포바는 “이 순간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정말 몰랐다. 고생한 부모님께 감사드린다”며 기뻐했다.

전날 밤 목이 심하게 아파 경기를 못할까봐 울기도 했지만 이날 강력한 서브와 위력적인 스트로크를 앞세워 윌리엄스를 시종일관 압도했다.

경기가 끝난 뒤 코트에 무릎을 꿇고 얼굴을 감싼 채 흐느낀 샤라포바는 관중석으로 뛰어올라가 아버지 유리와 껴안으며 눈물을 쏟았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피해 시베리아에서 태어난 샤라포바는 네 살 때 처음 라켓을 잡았고 6세 때 모스크바에서 열린 시범경기에서 만난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의 권유로 이듬해 미국 유학을 떠났다.

이번 우승으로 프로 통산 상금 53만6534달러의 두 배 가까운 102만100달러를 벌었다. 1m83의 큰 키에 금발로 모델 계약까지 한 샤라포바. 미모에 실력까지 겸비한 그는 이제 테니스 코트의 진정한 스타로 우뚝 섰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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