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의 요정’ 마리아 샤라포바(17,러시아). 그는 4일 끝난 윔블던 테니스 여자단식 결승에서 3년 연속 우승을 노린 톱시드 세레나 윌리엄스(미국)를 1시간13분 만에 2-0(6-1,6-4)으로 누르고 생애 첫 메이저대회 정상의 감격을 누렸다. 127년 대회 사상 3번째 최연소이자 13번 시드로 우승컵을 안아 역대 가장 낮은 시드로 여자단식 우승. 러시아 여자선수로는 사상 첫 윔블던 챔피언. 지난달 프랑스오픈에서 아나스타샤 미스키나(러시아)의 우승에 이어 러시아 선수 메이저 2연승의 강세.
나이제한규정에 따라 1년에 13개 대회 밖에 출전할 수 없는 샤라포바는 “이 순간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정말 몰랐다. 고생한 부모님께 감사드린다”며 기뻐했다.
전날 밤 목이 심하게 아파 경기를 못할까봐 울기도 했지만 이날 강력한 서브와 위력적인 스트로크를 앞세워 윌리엄스를 시종일관 압도했다.
경기가 끝난 뒤 코트에 무릎을 꿇고 얼굴을 감싼 채 흐느낀 샤라포바는 관중석으로 뛰어올라가 아버지 유리와 껴안으며 눈물을 쏟았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피해 시베리아에서 태어난 샤라포바는 네 살 때 처음 라켓을 잡았고 6세 때 모스크바에서 열린 시범경기에서 만난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의 권유로 이듬해 미국 유학을 떠났다.
이번 우승으로 프로 통산 상금 53만6534달러의 두 배 가까운 102만100달러를 벌었다. 1m83의 큰 키에 금발로 모델 계약까지 한 샤라포바. 미모에 실력까지 겸비한 그는 이제 테니스 코트의 진정한 스타로 우뚝 섰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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