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막을 내린 제58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동아일보사 대한야구협회 공동주최) 결승전. 대회 최우수투수로 뽑힌 덕수정보고 사이드암스로 에이스 최현호(18)의 공은 이닝이 거듭될수록 위력을 더해갔다. 3회까지는 탈삼진 없이 4안타를 내줬지만 남은 6이닝 동안 6개의 삼진을 곁들이며 1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대회 첫 완봉 역투. 자신을 지명해주지 않은 프로구단에 대해 무력시위를 벌이는 듯했다.
최현호는 황금사자기에서 팀의 5승 중 4승을 책임지며 평균자책 1.06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4월 대통령배에서도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었지만 지난달 30일 실시된 프로야구 신인 2차 지명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다.
공이 느린데다 체격(1m79, 80kg)이 작다는 게 이유. LG 정성주 스카우트는 “변화구와 제구력이 일품이고 야구센스도 뛰어나지만 딱 부러지게 내세울 만한 특징이 없는 게 단점”이라며 “원광대 사이드암스로 손상정을 잡을 수 있게 되는 바람에 최현호 지명을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린 최현호의 가슴엔 프로의 외면이 평생 잊지 못할 한으로 남았다. 그는 “LG에서 뽑아줄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 내가 많이 모자란 모양”이라며 “결승전에선 더욱 잘 던지고 싶은 오기가 생겼다”는 말로 아쉬움을 표현했다.
현재 최현호가 프로에 입단할 수 있는 길은 공개 테스트를 거쳐 신고 선수, 이른바 연습생이 되는 것. 한화 장종훈과 두산의 깜짝 스타 손시헌 등이 거친 길이다. 그러나 덕수정보고 최재호 감독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 그는 “장래가 불투명한 연습생이 되느니 대학 진학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호도 “건국대와 얘기가 진행 중”이라며 “볼 스피드를 끌어올려 4년 후에는 당당한 모습으로 프로에 입단할 것”이라고 입술을 깨물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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