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진출 하승진 “美 체류기간 외로움 애완동물 보며 달래”

  • 입력 2004년 7월 6일 19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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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구연맹을 방문해 김영수 총재(왼쪽)에게 자신의 사인볼을 전달하는 하승진. 김 총재의 키는 1m66이고 하승진은 2m23이다.-연합
한국농구연맹을 방문해 김영수 총재(왼쪽)에게 자신의 사인볼을 전달하는 하승진. 김 총재의 키는 1m66이고 하승진은 2m23이다.-연합
한국 선수 가운데 처음 미국프로농구(NBA)에 진출한 하승진(19·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이 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국농구연맹(KBL)을 방문해 김영수 총재를 만났다.

김 총재가 “골프의 박세리, 야구의 박찬호처럼 미국농구무대에서 성공하라”고 격려하며 순금 2냥짜리 행운의 열쇠를 건네자 하승진은 답례로 ‘하승진 No.5’라고 사인한 농구공 3개를 김 총재에게 전달했다. ‘5’는 하승진의 배번. 이는 또 팀에서 ‘베스트 5’에 들고 NBA 전체 센터 가운데 다섯손가락 안에 들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이날 하승진은 신세대답게 귀고리를 하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신경통을 예방한다며 아버지가 권했다”면서 “하고 싶었지만 눈치만 보고 있던 터라 얼른 귀를 뚫었다”며 웃었다.

지난해 12월 미국으로 건너간 뒤 친구 한 명 없는 외로운 객지생활에서 하승진의 가장 큰 낙은 애완동물 기르기. 최근에는 손바닥만 한 거북이 두 마리와 동거 중이라고. 농구 국가대표 출신인 아버지 하동기씨는 “이구아나 도마뱀 달팽이 등 안 길러 본 동물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2m23의 하승진은 거한들이 모이는 NBA에서도 열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키. 소속팀에서는 물론 가장 크다. 그만큼 다리도 길어 보통 차량엔 타기 힘들다. 때문에 미국 체류기간 중 뒷좌석을 없애고 앞좌석을 뒷좌석까지 민 지프를 타고 다녔다고. 엄청난 체구를 유지하려면 그만큼 많이 먹어야 하지 않을까.

KBL 사옥 옆 한정식집으로 옮겨 함께 점심식사를 하던 중 김 총재가 “씨름선수들은 5∼10인분을 먹는다던데…”라고 입을 열었다. 그러나 하승진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보통 사람보다 조금 더 먹는 정도라는 것. 이날 먹은 양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밥 한 공기와 누룽지죽 한 그릇. “씨름선수라면 몰라도 농구선수가 너무 많이 먹어 체중이 불으면 제대로 뛸 수 없다”는 게 그의 말이다.

현재 국내 프로농구 최고의 센터는 서장훈(2m7·30·삼성). 하승진이 서장훈과 맞붙으면 어떻게 될까. 점심식사 자리에서 이 얘기가 화제에 오르자 아버지 하씨는 “맞대결한다면 팬들의 관심을 끌겠지만 서로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남길 것”이라며 “그런 일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승진은 11일 다시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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