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프로야구]‘국민타자’ 안통했다…이승엽 전반기 결산

  • 입력 2004년 7월 9일 20시 22분


기대는 A학점, 성적은 C학점, 평가는 F학점.

‘국민타자’ 이승엽(28·지바 롯데 마린스·사진)의 전반기 성적표는 참담했다. 팀의 82경기 중 59경기에 나가 타율 0.231(208타수 48안타)에 9홈런 37타점 26득점. 지난해 56홈런을 터뜨린 ‘아시아 홈런 킹’의 위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으면 전반기 마지막 날인 8일 맞대결을 벌인 오릭스 구대성(35)에게 “나도 곧 따라 가겠다”며 국내 복귀를 암시하는 농담까지 했을까.

이승엽의 전반기를 돌아보고 후반기 그가 넘어야 할 문제들을 점검해 본다.

▽짧은 햇살, 긴 터널

출발은 산뜻했다. 3월27일 개막전에선 세이부 괴물투수 마쓰자카를 넉다운시키는 결승 2루타를 날렸고 4월4일에는 첫 홈런을 150m 초대형 장외포로 장식하며, 일본 열도에 그의 등장을 알렸다. 5일에는 연속경기 홈런이 터졌고 9일까지 5경기 연속 안타를 날려 타율은 0.341로 수직상승.

이게 끝이었다. 4월 23일 고의성 짙은 투구에 맞아 경기 중 교체된 이승엽은 이후 시름시름하다 5월 10일에는 2군행이란 청천벽력을 접했다. 24일간 눈물 젖은 빵을 먹고 6월 4일 1군 복귀 후에는 1경기 4안타를 몰아치는 등 반짝했지만 그것도 잠시. 낯부끄러운 2할3푼대 타율은 그대로였다.

후쿠우라(타율 0.310 9홈런 44타점)와의 1루 경쟁에선 사실상 탈락했고 왼손투수가 나온 경기에선 12번이나 선발에서 제외돼 규정타석조차 채우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타격보완과 재충전의 황금기회

보비 밸런타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국내외 야구 전문가들이 너나없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여전히 숙제로 남은 타격보완. 인코너에 약하고 커브나 포크볼처럼 아래로 떨어지는 변화구와 유인구 대처 능력이 떨어지며 오로지 당겨치기에만 급급한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다 안다.

무엇보다 흐트러진 타격 밸런스와 자신감을 되찾는 게 급선무. 이런 점에서 9일부터 15일까지 엿새간의 올스타 브레이크는 심기일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이승엽도 “야구선수로선 흠집이 났지만 인간적으로는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됐다”며 “신인의 자세로 돌아갈 것”을 밝혔다. 그는 10일까지 휴식을 취하며 자신의 장단점과 상대 투수의 투구 패턴을 분석하는 비디오 삼매경에 빠질 계획. 11일부터는 선수단 훈련에 참가하고 16일 니혼 햄과의 후반기 첫 경기에 출전한다.

▽야구 외적인 변수

퍼시픽리그의 팀간 합병설이 최대 변수. 오릭스와 긴테쓰에 이어 최근엔 롯데와 다이에가 합병해 센트럴리그를 포함해 12개 팀이 10개 팀으로 줄어들 것이란 소문. 이대로 된다면 통합 팀은 외국인 선수의 최소 절반을 내보낼 수밖에 없는 입장. 이는 이승엽의 거취에도 곧바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후반기 이승엽이 분발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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