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낯선 땅에서 두려움도 컸지만 오로지 농구 선수로 성공하겠다며 독하게 마음먹었다. 그로부터 2년. 마침내 태극마크의 꿈을 이뤘다. 15일 훈련장인 성남 상무체육관에서 만난 그의 유니폼 상의에는 ‘KOREA’라고 또렷하게 적혀있었다.
경희대 ‘아르헨티나 특급’ 김민수(22). 한국인 어머니와 아르헨티나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최근 대한농구협회가 발표한 대학 선수 위주의 존스배 국제대회 한국대표선수로 선발됐다. 김동광 SBS 감독과 김성욱을 잇는 혼혈 농구대표의 계보에 이름을 올린 것.
“이렇게 빨리 될 줄 몰랐어요. 정말 날아갈 것 같아요.” 한국말은 아직 어눌했지만 환하게 미소짓는 그의 얼굴엔 기쁨이 가득했다.
“며칠 전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렸죠. 대표선수가 됐다고 알려드렸더니 우시더라고요.” 김민수 역시 16세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옷가게에서 힘들게 일하며 아들 뒷바라지를 해온 어머니를 떠올리며 울먹였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김민수는 2002년 여름 한국 프로농구에서 뛰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홀로 태평양을 건너와 올해 경희대 체육학부 스포츠지도학과에 입학했다. 맹장 경희대 최부영 감독의 혹독한 훈련을 묵묵히 견뎌낸 그는 올해 3월에는 한국 국적을 취득해 국내 무대에 데뷔했다.
2m1의 신장에 발이 빨라 지난달 1차대학연맹전에선 평균 30점에 15리바운드를 올리며 득점왕과 리바운드왕에 올랐다. “처음에는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 때문에 경기를 망칠 때가 많았어요. 그래서 편하게 플레이에만 집중하려고 해요. 요즘 리바운드와 미들슛이 좋아졌습니다.”
김민수를 지켜본 KTF 추일승 감독은 “프로에서 당장이라도 군침을 흘릴만한 재목”이라고 칭찬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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