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이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에게 기분 좋은 ‘찜’을 당했다. 10일 본프레레 감독의 데뷔전인 바레인과의 평가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넣으며 신뢰를 듬뿍 얻은 것. 본프레레 감독은 바레인과의 경기 후 “긍정적인 자세로 훈련에 열심히 임했다. 상대에겐 아주 위협적인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동국은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막판 주전 경쟁에서 탈락해 보따리를 싸 집으로 돌아간 비운의 골잡이. 청소년대표, 올림픽대표, 국가대표 등 엘리트코스를 밟으며 ‘한국축구의 기둥’으로 각광을 밟았지만 히딩크 감독의 눈에는 ‘게으른 선수’에 불과했다. 투지와 스피드에서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 차두리(프랑크푸르트)에게 각각 밀렸다. 수비 가담에 소극적이고 스스로 골 찬스를 만들지 못하는 선수라는 딱지까지 붙었다. 2000년 레바논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6골로 득점왕에 오른 당당했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러한 면에서 17일부터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은 이동국의 재기 무대. 본프레레 감독의 신임으로 보아 그는 주전 골잡이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동국은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가진 것을 다 보여주면 된다는 생각이다. 스트라이커로서 좀더 냉정함을 유지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동국은 아직 ‘2%가 부족’하다는 평가. 14일 트리니다드토바고와의 평가전에서 보듯 수비 가담은 좋아졌지만 골 결정력과 수비 돌파 능력엔 아쉬움이 많았다.
결국 이동국의 화려한 부활은 ‘부족한 2%’를 어떻게 채우느냐에 달려 있는 셈. 모든 것은 이제 그의 발끝에 달렸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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