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떠난 뒤 더 빛나는 강병철-김인식

  • 입력 2004년 7월 19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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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풍운아’ 백인천 전 롯데 감독을 만나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다.

그는 지도자로서 프로 원년인 82년 MBC 감독 겸 선수를 시작으로, LG 삼성 롯데를 거치는 동안 단 한번도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했다. 그의 60평생은 한편의 드라마라고 하기에 충분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그의 한마디는 “자신은 결코 실패한 지도자가 아니다”는 주장이었다.

솔직히 말해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의 입장에선 고개가 갸웃해지는 대목. 90년 LG의 창단 우승을 빼곤 그의 나머지 8시즌 성적은 전혀 인상적이지 않았다. 2002년부터 맡은 롯데는 꼴찌에서 헤어나지 못했고 팀 분위기는 또 얼마나 망가졌던가.

그럼에도 그는 “야구의 신이 있다 해도 지금의 롯데를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는 없다. 하지만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롯데의 현 전력은 형편없지만 그동안 피땀 나는 스파르타 훈련을 시킨 효과가 드러날 것이란 자신감의 표현.

어찌됐든 그의 말이 일부는 맞았던 것일까. 롯데는 올해 역시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시즌 초 반짝 선두에 나선 것을 비롯, 지난 3년간 어이없이 무너졌던 모습에선 환골탈태한 게 확실해 보인다.

감독의 능력을 평가하는 최적의 기준중 하나로 재임기간보다는 사임 직후 그 팀의 성적을 살펴보라는 말이 있다. 눈앞의 성적에 급급해 선수들을 무리하게 쥐어짜기 보다는 얼마나 장기적인 안목에서 팀을 이끌었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

이 기준으로 볼 때 최고의 감독은 누구일까. 프로야구 연감을 뒤져본 결과 강병철 전 SK 감독과 김인식 전 두산 감독이 선두를 다투고 있다는 흥미로운 결과를 확인했다.

강 감독은 98년 한화를 떠난 이듬해 팀이 첫 우승컵을 안았고 2002년 그만둔 SK는 지난해 일약 2위로 점프했다. 김 감독은 현재진행형이긴 하지만 올해 두산의 깜짝쇼와 결코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막역한 친구 사이로 선수단의 인화를 강조하는 덕장(德將). 재임기간에 나란히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두 번씩 안았던 명장이다.

아무리 40대 감독이 판치는 세상이지만 환갑을 눈앞에 둔 이들 노장 듀엣이 조만간 컴백할 날이 올 것이란 예상을 해본다.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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