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야구나 메이저리그(美프로야구) 등 프로야구 경기에서는 경기중 선글라스를 착용한 선수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강한 햇빛을 차단, 경기력 향상의 도구로 쓰이기도 하지만 때론 선수들 자신의 개성표출도구로도 활용되기도 한다. 평소 선글라스를 주로 착용하는 선수라면 ‘경기력 향상’외에도 ‘멋내기’라는 또다른 목적을 손쉽게 이룰수 있는 셈. 야구경기를 보는 일반팬들도 이런 모습에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인식하고 오히려 그런 모습들에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이런 선글라스를 프로가 아닌 고교야구 선수들이 착용한다면? 프로선수들의 경우와는 달리 다양한 반응이 나올듯 하다.
최근 일본야구계에서는 고교야구선수들의 선글라스 착용 문제에 관한 언급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일본고교야구연맹은 이미 4년전에 선글라스 착용 규정을 제시한 바 있다. ‘구장의 방향이나 시간대에 따라 햇빛때문에 플레이에 지장이 있는 경우에 한해 허가제로 선글라스를 착용할 수 있다’가 바로 그것.
이 규정이 올해 들어 ‘시야에 지장이 있으면 대회본부가 인정하는 구장에 한해 허가여부에 관계없이 사용할수 있다’로 조금 수정됐다. 실제로 교토의 타이요가오카, 아야베 두 구장에서는 선수들의 선글라스 착용을 허가하고 있다.
이로인해 올해 교토지역예선부터 하나둘씩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선수들이 늘어나 이제는 그런 선수들을 찾는게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멋에 민감한 시기의 선수들이라 그 파급효과는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부분. 이때부터 고교선수들의 선글라스 착용에 관한 평가들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스포츠머리와 햇빛에 그을린 까만얼굴의 고교생다운 플레이를 기대하던 많은 일본의 야구팬들과 언론은 “어딘가 모르게 성인다운 인상으로 바뀐다”며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게 사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고교야구 경기도‘학업의 연장’이며 학생다운 배우는 자세를 강조하는 국내 야구풍토상 고교선수들의 선글라스 착용은 공공연한 금기로 인식돼 온것이 사실. 하지만 일부에 국한되긴 하지만 선글라스 착용을 하는 선수들이 국내에도 엄연히 존재한다.
덕수정보고 최재호 감독은 예스스포츠(http://www.yessports.co.kr)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서울지역 예선이 열리는 목동구장에서는 외야선수에 한해 선글라스 착용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체적인 고교야구 분위기상 학생들의 선글라스 착용이 부담이 되긴 하지만 목동야구장 특성상 어쩔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 목동구장은 선수들이 태양을 등지면서 경기하게끔 설계돼 있다. 따라서 오전에는 좌익수와 중견수가, 오후에는 우익수가 햇빛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면서 정상적인 수비를 펼치기가 어렵다는 것.
최재호 감독은 이어 “햇빛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동대문 야구장에서는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선수는 없다.”고 말했다. 목동구장에선 ‘필수’인것이 동대문 야구장에서는 ‘선택’이 되지만 선글라스 착용을 선택한다는 것은 정서상 다소 무리라는 것.
대한야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고교야구 규정에는 선글라스와 관련한 특별한 규정은 없다”며 “학생신분에 지나치게 겉멋에만 치중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하는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고영준 예스스포츠 기자 hotbase@donga.com
권지호 예스스포츠 기자 ieyore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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