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페루 리마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04코파아메리카(제41회 남미축구선수권대회)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결승전. 1-1로 팽팽하던 후반 43분 아르헨티나 하비에르 델가도의 강슛이 네트를 가르는 순간 승부는 끝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삼바군단의 저력은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90분이 모두 지나고 3분간 주어진 인저리타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제2의 호나우두'로 불리는 브라질의 신성 아드리아누(22·인터밀란)가 페널티지역을 파고든 뒤 왼발 슛으로 골망을 흔든 것. 2-2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동점골. 우승을 낙관했던 아르헨티나 팬들은 순간 난동에 가까운 소동을 일으켰고 경찰의 개입으로 가까스로 진정됐다.
연장없이 곧바로 이어진 승부차기. 다잡은 경기를 놓친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당황한 듯 첫 번째 키커 델라산드로의 자신없는 슛이 브라질 골키퍼 훌리오 세사르의 선방에 가로막혔고 두 번째 키커 가브리엘 하인체의 슛도 어이없게도 크로스바를 넘고 말았다.
반면 브라질은 첫 번째 키커로 나선 아드리아누가 침착하게 골로 연결시킨 뒤 에두, 디에고에 이어 주앙이 4번째 슛을 성공시키며 4-2로 우승을 확정했다.
통산 7번째 우승이었고 아드리아누는 7골로 대회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90분 내내 경기를 압도한 아르헨티나로선 믿기지 않는 패배였다. 초반부터 공격수를 전방에 대거 배치한 아르헨티나는 전반 20분 브라질 수비수 루이사우의 파울로 얻어낸 패널티킥을 크리스티안 곤살레스가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앞서나갔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이후 잇단 기회를 모두 놓친 반면 브라질은 루이사우가 전반 46분 알렉스의 프리킥을 헤딩슛, 1-1 균형을 맞추며 후반 대역전극을 예고했다.
카를루스 파레이라 감독이 이끄는 브라질의 이날 우승은 '3R' 3각 편대인 호나우두, 호나우디뉴, 호베르투 카를루스가 빠진 가운데 차세대 주역들을 내세워 일궈낸 것이란 점에서 더욱 빛났다.
▽코파아메리카 결승 전적
브라질 2-2 아르헨티나
<승부차기 4-2>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