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보안을 통한 ‘깜짝쇼’로 전 세계의 탄성을 자아내지만 아찔한 순간도 많았다.
2000년 시드니대회 때 성화 점화는 물과 불의 조화로 찬사를 받았다. 호주 원주민과 백인의 화합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것. 점화자는 호주 원주민 출신 육상 선수 캐시 프리먼. 폭포 중앙에서 점화된 불이 주경기장 위로 떠올라야 했지만 성화대가 갑자기 멈춰 섰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기술진은 땀을 뻘뻘 흘리며 3분 만에 고장을 잡은 뒤 비로소 가슴을 쓸어내렸다.
몬주익의 불화살 점화로 유명했던 92바르셀로나 대회. 소아마비에 걸린 양궁 선수 안토니오 레볼로가 불타는 화살을 성화대에 쏘아 올려 불을 지핀 것. 완벽해 보였지만 실제로 화살은 성화대를 비켜나가 주차장에 떨어졌다. 다행히 가스 밸브를 미리 열어둔 덕분에 스쳐지나간 불화살로도 점화가 가능했다고.
88 서울 올림픽에선 성화 점화와 함께 하늘로 날아오른 비둘기가 성화 불꽃에 타버리는 비운을 겪었다. 그 때문인지 개회식 단골손님 비둘기는 96 애틀랜타 대회에선 동물보호를 이유로 자취를 감췄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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