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에뜨는별]<9>한국 여자핸드볼

임오경과 함께 한국팀 주포로 나설 노장 오성옥. 동아일보 자료사진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맏언니’ 임오경(33·일본 메이플레즈)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몇 개월 앞두고 당시 임영철 대표팀 코치와 약속을 했다. 후배들을 이끌고 꼭 시드니 대회에서 메달을 따겠다고.

그러나 주부 선수였던 임오경은 덜컥 임신을 해버렸고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했다. 불행히도 한국 대표팀은 3, 4위전에서 노르웨이에 21-22로 패해 ‘노메달’에 그쳤다. 이와 함께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은메달을 시작으로 이어 온 4회 연속 메달 획득(88년 금, 92년 금, 96년 은)의 전통도 끊겼다.

임오경은 네 살 된 딸(박세민)을 부산 시어머니 댁에 맡기고 6월 중순 뒤늦게 임영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 합류했다. “4년 전 지키지 못한 약속을 지키고 싶어서”다.

올림픽 세 번째 출전인 임오경을 비롯해 백전노장들이 젊은 선수들과 함께 끊긴 ‘전통’을 새로 잇겠다는 각오로 똘똘 뭉쳤다. 한국은 오성옥(32·메이플레즈·4회 연속 출전) 오영란(32) 허순영(29·대구시청) 이상은(29·이상 3회 연속 출전) 등 관록에서 다른 팀을 압도한다.

임 감독은 “기술과 경험에서 우리 선수들이 앞서 있고, 젊은 선수들을 로테이션으로 풀가동하면 체력적으로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자신했다. 임 감독은 주포 임오경과 오성옥, 세계선수권대회 올스타팀에 뽑힌 우선희(삼척시청) 장소희(대구시청)의 좌우 속공, 이상은, 최임정(대구시청)의 중거리포가 훌륭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자평했다.

여자 대표팀은 지난해 아테네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사상 처음 중국에 밀려 2위로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지만 해외파가 가세한 그해 12월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을 따내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또 5월 해외파를 빼고 실시한 전지훈련에서 시드니 올림픽 우승팀인 덴마크 대표팀과 1승1무를 기록하는 등 북유럽 팀과의 연습경기에서 5승1무를 거둬 메달 획득은 더욱 희망적이다.

"덴마크와의 첫 경기에 달렸다"

▽유재충 본지 해설위원(경희대 교수·대한핸드볼협회 부회장)

한국은 시드니올림픽 챔피언 덴마크,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프랑스와 함께 B조에 속해 있어 처음부터 힘든 경기가 예상된다. 17일 조별리그 첫 경기인 덴마크와의 경기가 사기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덴마크는 파워 플레이에 속공과 좌우 윙의 페인트 돌파 등 한국의 기술을 접목한 강팀이다.

그러나 조별 리그만 잘 통과하면 8강 토너먼트에서는 4강까지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A조 팀들과 만나게 돼 무난히 결승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A조는 헝가리를 제외하고 중국 브라질 그리스 우크라이나가 한국보다 한 수 아래다. 한국은 노장 선수들이 많은 만큼 체력적인 핸디캡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