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4명이 아테네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선수단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그리스 선박회사인 나프토마사의 자재 담당 임원인 황헌씨(51) 가족.
황씨는 한국 선수단 본진이 도착한 6일부터는 대한올림픽위원회(KOC)가 틈만 나면 ‘SOS’를 치는 바람에 아예 업무를 제쳐놓고 휴가원을 냈다. 아테네에서 성공한 교민으로, 현지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 있으면 바로 그의 몫이 되기 때문. 한국해양대학교를 나와 오랜 기간 배를 탔고 90년 이곳에 정착한 터줏대감인 그는 이해찬 국무총리와는 용산고 동기동창이라고.
부인 문유경씨(50)는 이곳을 거쳐 간 관광객이면 따뜻한 정에 끌려 몇 년이 지난 뒤에도 연락을 주고받게끔 만드는 글리화다 지역의 민박집 사모님.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가족을 대하듯 정성을 다하는 게 비결이다. 활달한 성격 때문에 KBS 월드넷 인터넷 사이트의 그리스 통신원으로 올해의 베스트 통신원에 뽑히기도 했다. 올림픽에서의 임무는 코리아하우스에 도시락을 공급하는 일.
맏딸 수영씨(27)는 11일 도착하는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 동생 수진씨(24)는 이연택 대한체육회장의 통역을 맡는다. 수영씨는 파리 5대학 약대, 수진씨는 파리 1대학인 소르본느 대학에서 관광경영학을 전공중인 재원. 방학 기간을 이용해 한 달여간 짬을 냈다. 둘 다 한국어, 그리스어, 프랑스어, 영어의 4개 국어에 유창하고 어릴 적부터 부산에서 살아 표준말은 물론 경상도 사투리까지 능수능란하게 구사한다. “낯선 타향에 와서 어려움을 겪는 한국 사람이 있으면 다른 일은 다 제쳐둔 채 돕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부부와 “돈으로 살 수 없는 좋은 경험을 하게 돼 기대가 크다”는 두 딸. 이런 동포들이 있기에 한국 선수단의 사기는 높다.
아테네=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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