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는 이복희(26·인천동구청)와 훈련 때마다 실전에 가까운 대결을 벌이고 있는 것.
10일 유도 훈련장인 데켈리아 트레이닝센터. 최민호가 용인대 2년 선배인 이복희를 자신의 주무기인 업어치기로 매트 위에 눕혔다. “쿵” 소리를 내며 쓰러진 이복희의 얼굴에 오히려 미소가 번졌다.
이번에는 다시 최민호가 이복희를 쓰러뜨린 뒤 굳히기에 들어갔다. 최민호가 쉽게 눌러 ‘백기’를 받아낼 것 같더니 ‘여자 장사’라는 이복희도 만만치 않게 버텼다. 결국 최민호가 포기. 이복희는 거친 숨을 몰아쉬는 최민호의 뒤통수를 어루만지며 다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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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유도 대표선수가 이처럼 함께 뒤엉키는 건 드문 일. 태릉선수촌에 있을 때야 100여명의 선수들이 훈련을 돕기 위해 동원되지만 아테네에는 유도 1진으로 출국한 남녀 선수 각 3명뿐이다. 훈련 때 2명씩 짝을 짓다 보니 남자 최경량급인 60kg급 최민호는 홀로 남아 자신과 체중이 비슷한 63kg급 이복희와 묶였다.
키는 1m63의 최민호가 이복희보다 5cm가 작다. 게다가 이복희는 평소 연습대련을 하면 웬만한 남자선수 못지않게 체력이 좋다는 평가를 듣는다. 파트너로선 이상적인 궁합.
아테네에서 처음으로 이복희와 맞붙어 봤다는 최민호는 “누나는 체중도 비슷하고 힘도 강해 경기 감각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복희 역시 “평소 워낙 착하고 잘 따르는 민호를 잡아보니 역시 세계 정상답게 기술이 다양해 믿음직스러웠다”면서“둘 다 좋은 성적 내자고 손가락 걸었다”며 각오를 밝혔다.
아테네 올림픽의 마스코트는 그리스 신화에서 남매 사이인 ‘페보스’와 ‘아테나’.
페보스는 빛과 음악의 신이며 아테나는 아테네의 수호신이자 지혜의 여신으로 서로 힘을 합쳐 평화와 우애의 올림픽 정신을 살린다는 뜻.
최민호와 이복희도 다정한 남매 마스코트처럼 호흡을 맞춰가며 올림픽 정상의 꿈을 부풀리고 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 최민호는 14일 유도 선수 가운데 처음으로 출전해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노무라 다다히로(일본)를 꺾고 황금빛 물꼬를 터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북한 유도 영웅 계순희가 “세계선수권에서 봤던 최민호가 잘하는 것 같다”고 평가할 만큼 기량이 뛰어나다.
‘다크호스’ 이복희도 풍부한 경험과 위기관리 능력을 앞세운 메달 후보.
아테네=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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