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소국 아테네가 페르시아의 10만 대군을 꺾었던 마라톤 평원. 그로부터 2500년이 지난 지금 이곳은 아테네 올림픽 마라톤 출발지점이다.
10일(현지시간) 오후 마라톤 평원에 아테네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지구촌을 돌아온 성화가 이날 도착한 것. 성화는 마라톤 시내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피레우스 항구를 거쳐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언덕으로 향했다.
마라톤 출발지점에서 5km를 달리면 아테네를 향해 왼쪽으로 당시 마라톤전투에서 전사한 192명의 무덤 ‘팀보스’가 자리 잡고 있다. 경주의 봉분처럼 9m 높이로 봉긋하게 솟아 있다.
아테네 시내엔 나무숲이 거의 없다. 그러나 마라톤 코스 주변엔 숲이 울창하다. 해안선을 따라가는 10km 지점은 소나무 숲과 아름다운 모래밭으로 유명한 여름 휴양지 네아마크리, 좀 더 남쪽으로 가면 파르테논 신전 건축에 쓰인 아름다운 대리석 생산지로 유명한 팬델리 산 기슭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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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평원에서 아테네로 이어진 마라톤 코스는 에게해를 끼고 가다 20km 지점인 라피나에서 서쪽 아테네로 향한다. 반대쪽엔 여기저기 돌산이 있어 오르기 힘들기 때문. 하지만 이 길도 달리기에는 ‘지옥의 길’이다. 약 8km 지점부터 시작된 완만한 오르막은 32km지점인 아기아 파라스케비에 이르러서야 끝난다. 여기서부터 골인점인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까지는 급격한 내리막.
2500년 전 아테네 병사 페이디피데스는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 이 길을 달렸다. 이제 2004 아테네 올림픽의 마지막 날인 29일 한국의 이봉주 이명승(이상 삼성전자)과 지영준(코오롱)이 바로 그 길을 달린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의 고 손기정 선생,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황영조에 이어 3번째 마라톤의 기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도움말=최선근 SH공사 마라톤 감독)
아테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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