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경기를 앞두고 최민호는 어딘지 불안해 보였다. 핏기 없는 하얀 얼굴에 어깨가 축 늘어졌다. 다리를 절뚝거리며 1, 2회전을 힘겹게 통과하더니 결국 3회전에서 몽골의 카스바타르 차감바에게 어이없는 누르기 한판 패로 무너졌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경기를 직접 지켜본 윤동식 본보 해설위원(한국마사회 트레이너)은 “이번에도 역시 체중에 발목이 잡혔다”고 말했다. 최민호는 태릉선수촌에서 전 종목을 통틀어 장사로 통한다. 하지만 체중을 순조롭게 빼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상대를 압도하는 반면 그렇지 못할 경우 맥을 못 쓴다는 얘기.
남자유도 최경량급인 최민호는 평소 규정 체중보다 7kg 이상 더 나가 애를 먹을 때가 많았다. 2002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금메달 후보였지만 경기 당일 복통에 시달리다 동메달에 머문 그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64kg의 체중을 유지해 예전보다 감량 부담은 덜했다.
그러나 아테네의 건조한 날씨 속에서 땀이 잘 나지 않으면서 초조해졌고 사우나에서 무리하게 감량에 들어갔다. 이 바람에 경기 시작과 함께 온몸에 근육 경련을 일으키면서 탈진상태에 빠져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한 채 무너진 것. 초반부터 체력이 뛰어난 유럽의 강호들과 연이어 맞붙어 몸을 추스를 여유도 없었다.
패자전으로 밀려난 최민호는 2시간을 쉬면서 손과 허벅지 등 50군데를 바늘로 찌르고 수분 섭취와 낮잠으로 컨디션을 회복한 뒤 3연속 한판승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때늦은 파이팅은 더욱 안타깝기만 했다.
아테네=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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