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올림픽 열리면 모든 전쟁 중단

  • 입력 2004년 8월 15일 19시 23분


올리브관 든 우승자고대올림픽은 근대올림픽과 많은 점에서 달랐다. 시민권을 가진 남자들만 참가할 수 있었고 출전자들은 모두 나체로 경기를 치렀다. 사진은 고대 그리스 도자기에 새겨진 올림픽 경기 우승자의 모습. 손에 올리브 관을 들고 팔과 다리에는 우승자를 표시하는 리본을 달았다.- 사진제공=도서출반 리수(그리스 신화의땅 인간의 나라)
올리브관 든 우승자
고대올림픽은 근대올림픽과 많은 점에서 달랐다. 시민권을 가진 남자들만 참가할 수 있었고 출전자들은 모두 나체로 경기를 치렀다. 사진은 고대 그리스 도자기에 새겨진 올림픽 경기 우승자의 모습. 손에 올리브 관을 들고 팔과 다리에는 우승자를 표시하는 리본을 달았다.- 사진제공=도서출반 리수(그리스 신화의땅 인간의 나라)
고대 올림픽은 어떻게 열렸을까. 고대 올림픽이 처음 시작된 것은 기원전(BC) 776년. 그리스의 100여개 도시국가들은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 기간이 되면 모든 전쟁과 적대행위를 일제히 멈췄다.

그리스 전역에서 경기장인 올림피아로 이동하는 데만 최대 일주일이 걸리는 긴 여행. 올림피아에 도착해도 쉴 곳이 없어 무려 6만여명이 노숙생활을 감수해야 했다. 우승자에게는 올리브로 만든 관이 주어졌을 뿐 부귀나 출세와는 관계가 없었다.

신들을 닮고자 했던 그리스인들에게 올림픽은 자신이 가꾼 완벽한 몸과 정신을 신들에게 바치는 제전.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다는 발상 자체를 신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했기에 승패나 기록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런 평화와 화해의 축제가 바로 초기 고대 올림픽의 정신.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쿠베르탱 남작(프랑스)이 1896년 제1회 올림픽 개최지로 그리스를 택한 것도 고대 올림픽의 정신을 이어받자는 취지였다.

승자 축하 하던 제우스 신전
그리스 올림피아에 있는 제우스 신전 일대. 그리스인들은 제우스 신전에서 제사를 모신 뒤 올림픽을 열어 승리자에게 신전뒤의 올리브나무로 만든 올리브관을 머리에 씌워 줬다.- 사진제공=국제올림픽위원회 홈페이지(www.olympic.org)

#종교의식으로 시작된 고대 올림픽

그리스인들은 필로폰네소스반도 서부연안의 아르페오스강과 그라디오스강이 만나는 비옥한 올림피아드 평원에 거대한 신전과 경기장을 세웠다. 그곳에 4년마다 한번씩 모여 절대신인 제우스에게 바치는 종교행사 뒤에 여흥의 성격으로 개최한 운동경기가 바로 고대 올림픽의 효시. 올림픽이란 명칭도 바로 올림피아에서 따온 것이다.

#성차별 올림픽, 나체 올림픽

고대 올림픽은 아무나 참가할 수 없었다. 각 도시국가의 시민권을 보유하고 범법행위가 없으며 ‘주신’ 제우스에 대한 불신행위가 없는 사람만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었다.

또 남자들만의 축제였다. 여자는 참가가 금지됐고 기혼여성과 노예, 이방인은 관람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경기에 참가하는 남자선수들은 전라(全裸)로 경기를 치렀다. 모든 구속과 형식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옷은 물론 신발도 신지 않은 것.

대회 기간은 초기엔 하루였으나 전성기땐 5일까지 늘어났다.

#시, 연극도 올림픽 종목

초기에는 길이 192.27m의 스타디온(스타디움의 어원)을 달리는 것이 전부였으나 점차 종목이 늘어나 달리기, 멀리뛰기, 원반던지기, 창던지기, 레슬링, 복싱, 5종 경기(pentathlon·달리기, 창던지기, 멀리뛰기, 원반던지기, 레슬링)를 중심으로 최대 19종목의 경기가 열렸다. 이중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은 5종 경기.

또 시인, 철학자, 예술가들도 올림픽에서 시와 문학, 연극, 학문을 겨뤘다. 유명한 역사가 헤로도토스도 역사에 관한 연구발표로 올림픽에서 스타가 됐다.

#고대 올림픽의 변질과 종말

초기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신들에게 보여준다’는 종교적 의식이 강했던 올림픽은 점차 참여하는 도시국가의 수가 늘어나고 전문 체육인 계급이 등장하며 변질되기 시작했다.

우승자에게 상금이 수여되고 명예와 함께 부가 따르자 동료선수들과 심판들에 대한 뇌물도 횡행했다. 당시의 시인 유리피데스는 “그리스의 수만 병든 이들 가운데 직업적인 선수들이 가장 그 정도가 심했다”고 노래했을 정도.

BC 146년 그리스가 로마에 정복된 뒤에는 노예들의 경기로 격하됐고 로마제국의 네로 황제는 전차경주에서 두 번이나 전차에서 떨어지며 완주하지 못했음에도 스스로 자신을 우승자라고 선포해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명맥을 이어오던 고대 올림픽은 393년 기독교를 국교로 정한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내린 ‘이교(異敎)금지령’에 따라 1160년 역사의 막을 내렸다.

1회와 28회 아테네 올림픽 비교
구분1회(1896년)28회(2004년)
경기일수10일(4월 6∼15일)17일(8월 13∼29일)
개최도시1곳(아테네)6곳(아테네, 볼로스, 헤라클리오, 테살로니키, 파트라스, 올림피아)
경기장수1개16개
주경기장아크로폴리스올림픽스타디움(올림픽스포츠콤플렉스)
안전요원400여명(왕실경호대 및 기병대) 4만5000여명(경찰 2만5000명, 군인 7000명, 해안경비대 3000명, 소방관 1500명, 민간안전요원 3500명, 자원봉사 5000명)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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