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는 우리에게 먼 나라가 아니다. 우리 학생들은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그리스 신화를 배우고 중·고교 교과서에서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거장의 이름을 접하고 있다.
그리스인들도 우리나라를 아시아의 한 나라쯤으로 여기지 않는다. 아테네 중심지인 신타그마 광장 무명용사의 비문에는 6.25전쟁 당시 숨진 그리스 병사 186명의 넋을 기리며 ‘Korea’의 그리스식 표기인 ‘Kopea’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우리 자동차가 아테네 거리를 누비고 아테네 국제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길에는 삼성, LG의 대형 광고판이 줄지어 서 있다.
개회식을 지켜본 우리 국민들이 공통적으로 느꼈을 테지만 하이라이트는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공동 입장할 때 뜨거운 갈채를 받는 장면이었다. 그리스는 ‘평화와 화합’의 올림픽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곳이 고대 올림픽 발원지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개최지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대 올림픽의 전통을 계승해 올림픽 기간동안 휴전운동(Olympic Truce Movement)을 전개하고 있으나, 개막 당일에도 이라크와 수단 다푸르를 비롯한 곳곳에서 테러와 분쟁이 지속됐다.
이런 가운데 남북한 선수단의 공동입장은 올림픽 정신에 가장 잘 부합하는 상징으로 부각되고 있다. 종합 성적 10위권을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선수단은 메달 개수와는 관계없이 이미 올림픽 정신차원에서는 최상위권에 입상한 셈이다.
고대올림픽은 단순한 체육경기의 장만은 아니었다. 시인, 철학자, 예술가들의 대결장이기도 했다.
올림픽 경기와 문화행사는 불가분의 관계였으며, 이러한 점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계승되어 올림픽 개최국은 개막식과 폐막식을 통하여 그들 나라의 문화를 전 세계에 자랑한다. 그리스는 이번 올림픽을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닌 문화올림픽
(Cultural Olympiad)으로 승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올림픽 경기가 단일 행사로는 세계 최대규모이며, 방송을 통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중계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림픽은 개최국뿐 아니라 여타 참가국에게도 자신의 이미지를 광고하는 현장이 된다.
우리도 이번 올림픽을 통해 대한민국이 스포츠 강국, 평화 애호국일 뿐 아니라 찬란한 문화유산을 가진 역동적인 나라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문화외교에도 애쓰고 있다.
이러한 문화외교는 남북이 하나가 되어 입장하는 장면과 함께 올림픽을 지켜보는 전 세계 시청자의 뇌리에 역동적인 대한민국(Dynamic Korea)의 이미지를 깊이 새겨 줄 것이다.
아테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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