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 영국 랭카스터 왕조가 일으킨 백년전쟁에서 프랑스를 구한 소녀 잔 다르크(1412∼1431). 또 한 명의 ‘소녀 전사’가 이번에는 침체에 빠진 프랑스 수영을 구했다.
16일 오전 올림픽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04 아테네 올림픽 여자 자유형 400m. 17세 소녀인 로르 마노도(1m78, 62kg)가 52년 만에 프랑스에 값진 올림픽 금메달을 안겼다.
종전까지 프랑스가 올림픽 수영에서 획득한 금메달은 2개뿐. 1900년 파리대회 때 지금은 정식종목에서 빠진 잠영(underwater swimming)에서 샤를 벤데빌이 첫 금메달을 따냈고 52년 만인 1952년 헬싱키대회 때 잔 보티에가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공교롭게도 똑같이 52년 만인 이번 올림픽에서 마노도가 따낸 금메달은 통산 3번째이자 프랑스 여자선수로서는 최초의 금메달. 프랑스 수영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하다.
마노도는 시상식 후 “올림픽 금메달은 항상 내가 꿈꾸어 오던 것이다. 이 금메달은 내 것일 뿐 아니라 여러분(프랑스 국민)의 것”이라며 환호하는 프랑스 관중을 향해 월계관을 던졌다.
본격적으로 수영을 배운 지 3년 만에 올림픽 정상에 오른 마노도는 그야말로 ‘수영신동’. 14세의 어린 나이에 부모의 품을 떠나 파리 외각 멜론에서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키워 왔고 지난해 월드컵대회 자유형 400m와 800m에서 잇달아 3위를 차지하며 일약 프랑스 여자수영의 ‘희망’으로 떠올랐었다.
“터치판을 두드리는 순간 내가 여기에 있도록 도와준 코치와 부모님, 남자친구 얼굴이 떠올랐다.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마노도는 인터뷰에서 금메달 1개로 만족하지 않는다는 당찬 모습도 보였다. 그는 “아직 배영 100m와 자유형 800m가 남아 있다. 내 머릿속에는 지금 그 생각밖에 없다”며 다관왕 등극을 다짐했다.
아테네=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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