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어제는 어제”… 김동문 새 출발

  • 입력 2004년 8월 18일 18시 56분


‘괴로워도 슬퍼도 울지마, 친구야.’ 금메달이 확실시되던 배드민턴 혼합복식 8강에서 어이없이 무너졌던 김동문(앞). 그러나 ‘영원한 단짝 친구’ 하태권의 격려에 힘을 얻어 남자복식 4강에 진출했다.- 아테네=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괴로워도 슬퍼도 울지마, 친구야.’ 금메달이 확실시되던 배드민턴 혼합복식 8강에서 어이없이 무너졌던 김동문(앞). 그러나 ‘영원한 단짝 친구’ 하태권의 격려에 힘을 얻어 남자복식 4강에 진출했다.- 아테네=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괴로울 때 누군가 곁에 있어 주면 큰 힘이 된다.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스타 김동문(29·삼성전기). 그는 새삼 이 말을 절실하게 느낀다.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아픔을 겪었지만 20년 가까이 한솥밥을 먹고 있는 동갑내기 하태권(삼성전기)이 있기 때문.

김동문은 나경민(28·대교눈높이)과 짝을 이룬 혼합복식에서 세계 최강이라는 찬사 속에 금메달을 노렸지만 어이없게 꿈을 날린 뒤 혼자 눈물을 쏟았다.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길영아와 함께 혼합복식 금메달을 따냈지만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이어 다시 8강전에서 탈락한 것.

하지만 아직 승부는 끝난 게 아니다. 하태권과 짝을 이룬 남자복식이 남아 있는 것. 한숨만 쉬고 있을 수 없어 다시 마음을 잡아봤지만 가슴 한구석이 허탈하기만 했다.

내성적인 김동문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하태권은 일부러 농담을 해가며 기분을 맞춰 주려고 애썼고 선수촌에서 잠을 잘 못 이루는 룸메이트에게 장난을 치며 분위기를 되살렸다. 혼합복식 패배 다음 날인 17일 열린 남자복식 경기에서 하태권은 평소보다 ‘오버’하는 장면을 자주 연출했다. 김동문이 스매싱을 성공하면 “앗싸”하고 소리쳤고 어깨를 두드리며 기를 살려줬다.

이런 친구의 모습에 김동문도 힘을 내 승리를 이끌어 냈고 19일 준결승을 치른다. 김중수 배드민턴 감독은 “동문이가 태권이의 도움으로 충격에서 벗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문은 전북 전주시 진북초등학교 4학년 때인 85년에 하태권과 함께 배드민턴을 시작해 전주서중-전주농고-원광대-삼성전기까지 줄곧 ‘실과 바늘’처럼 붙어 다녔다. 김동문이 조용한 성격인 반면 하태권은 명랑하고 쾌활해 궁합이 잘 맞는다.

눈빛만 봐도 서로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이들에게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태권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김동문이 좌절감에서 벗어나 더욱 불꽃을 태워야 하는 이유다.

아테네=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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