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女軍 강심장’ 아테네 강풍 뚫었다

  • 입력 2004년 8월 19일 02시 03분


35m 앞에서 시속 70km의 속도로 튀어 올라 눈 깜짝할 새에 창공으로 사라지는 두 개의 접시. 게다가 18일 사격 여자 더블트랩 결선이 열린 아테네 마르코풀로 사격장이 위치한 이미토스 산엔 초속 12m의 강풍이 불었다.

그러나 이 모든 난관은 현역 육군 중사 이보나(23·국군체육부대)에겐 ‘축복’이었다. 순발력과 집중력이 뛰어난 그로선 결전을 앞두고 “오히려 바람이 많이 불어 줬으면…”하고 기도를 드렸을 정도.

16일 트랩에서 기대하지도 않았던 동메달을 따냈던 이보나가 이번엔 주 종목인 더블트랩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로써 한국은 일약 클레이 종목 강국으로 떠올랐으며 이보나는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먼저 2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본선에서 110점을 쏴 킴벌리 로드(미국)와 함께 공동 1위로 진출한 결선. 로드는 1996 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4년 전 시드니 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백전노장.

‘하∼아.’ 다른 선수들에 비해 유난히 톤이 낮고 짧지만 온 정신을 집중해 단번에 내뱉는 기합 소리. 이를 신호로 두 개의 접시가 동시에 뜨면 이보나의 총신은 정확하게 표적을 산산조각냈다.

40발을 추가로 쏘는 결선은 예상대로 로드와의 치열한 맞대결. 이보나는 10발째에서, 로드는 20발째에서 표적을 놓쳐 전반은 동점. 후반 들어 이보나는 로드가 22발째에서 실수를 범해 처음으로 단독 1위에 나섰지만 곧바로 23발째에서 동점을 허용한 데 이어 남은 16발중 4발을 놓쳐 로드에게 재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40발 중 35발을 맞힌 이보나가 합계 145점, 36발을 명중시킨 로드가 146점으로 불과 1점차 은메달.

이보나는 경기 후 “앞 선수들이 자꾸 표적을 놓쳐 자신감이 들었고 한편으로는 안심했다. 말하자면 방심한 것이다”라며 “이번 대회까지 1점차 패배를 당하는 징크스가 이어져 아쉽다. 그러나 결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턱걸이로 결선에 진출해 한 단계씩 순위를 끌어올리는 역전 승부를 펼쳤던 트랩경기 때보다 드라마틱한 장면은 없었지만 ‘클레이 후진국’ 한국의 가능성을 보여 준 경기이자 대표 경력 1년에 불과한 무명 이보나의 스타 탄생을 세계에 알린 무대였다.

아테네=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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