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체조 김대은 銀 ‘편파판정 논란’

  • 입력 2004년 8월 19일 22시 58분


전문가들 “金획득 폴 햄 실수 1점 감점 됐어야”

폴 햄도 “동메달 기대… 믿을수 없다” 어리둥절

19일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인도어홀에서 열린 2004 아테네 올림픽 체조 남자 개인종합 결승 경기. 폴 햄(미국)이 허공으로 솟았다.

뜀틀에서 그가 시도한 기술은 ‘스카라 두바퀴 반(몸 펴 뒤로 돌면서 두바퀴 반 틀기)’으로 9.9짜리. 하지만 착지에서 균형을 잃은 햄은 엉덩방아를 찧으며 심판석까지 나동그라졌다.

결정적인 실수. 앞선 3종목까지 합계 29.012로 선두를 달리던 햄의 얼굴이 순간 망치에라도 맞은 듯 굳어버렸다. ‘금메달은 물 건너 갔다’는 표정. 햄은 경기 후 이 순간의 심정을 “동메달이라도 따야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곧바로 점수가 뜨질 않았다. 심판진이 고심하는 게 분명했다. 잠시 후 전광판에 표시된 점수는 9.137. 같은 조로 경기하던 양태영(경북체육회)은 “8점대를 예상했는데 지나치게 점수가 높았다”고 했다.

이 실수로 4종목을 끝냈을 때 햄은 1위에서 12위로 추락했다. 하지만 햄은 이후 열린 평행봉과 철봉의 2개 종목에서 연속으로 9.837을 얻어 믿기지 않는 우승을 이끌어냈다. 미국 체조 사상 첫 남자 개인종합 금메달.

특히 마지막 철봉에서 금메달을 따내기 위해 9.825 이상을 받아야 했던 햄은 9.837을 얻어 총 57.823으로 한국의 김대은(한국체대·57.811)과 양태영(57.774)을 제쳤다.

햄은 “철봉 경기를 끝낸 뒤 (점수가 나오기 전) 코치가 ‘네가 올림픽 챔피언’이라고 해 ‘말도 안 된다’고 대꾸했다”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뜀틀에서 햄의 실수는 통상적으로 1점 감점 대상. 발판을 딛고 올라갈 때 양다리가 벌어져 ―0.1, 착지 불안으로 ―0.2, 라인 밖으로 나가 ―0.2, 엉덩방아를 찧어 ―0.5이다. 대한체조협회 김성호 기술위원장은 “뜀틀에서 햄의 실수는 어떤 경우든 9.1 이상은 받을 수 없는 연기”라고 말했다.

김 기술위원장의 말대로라면 햄은 57.585점으로 김대은 양태영 모두에게 뒤지고, 아무리 후하게 잡아도 57.786점으로 금메달은 김대은에게 돌아가야 한다.

개인종합 4위를 차지한 루마니아의 이완 실비우 수치우는 이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선수가 실제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밖에 말할 게 없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5번째 종목까지 1위를 달리다 마지막 철봉 실수로 아깝게 금메달을 놓친 양태영은 “뜀틀에서 우리가 실수를 했다면 그런 점수(9.137)가 나왔겠느냐”며 심판들의 편파 판정을 원망했다. 실제로 이날 경기 내내 햄은 심판진으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았다는 평.

체조는 판정 문제로 종종 말썽을 빚는 종목. 그렇기에 김대은이 놓친 금메달은 두고두고 아쉽다.

한편 한국 남자 체조팀의 윤창선 감독은 “여러 명의 심판이 매긴 점수라 할 말 없다. 억울하지만 판정에 승복하겠다”고 밝혔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아테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네티즌 “아시아 죽이기냐”▼

19일 아테네 올림픽 남자체조 개인종합에서 김대은과 양태영이 미국의 폴 햄에 이어 은, 동메달을 차지한 데 대해 네티즌들은 일제히 ‘미국 선수에게 유리한 편파판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올림픽 관련 게시판에는 10시간 만에 2900여건에 이르는 글이 올라왔다. ID가 ‘jhos34’인 한 네티즌은 “체조 쪽에서 아시아 죽이기에 나선 것 같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말이 딱 맞다”고 했고 또 다른 네티즌(ID:aorkaocl12)은 “항의해야 한다.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네이버의 인터넷 설문조사에서도 네티즌 5만216명(19일 오후 3시 현재) 중 91.4%가 ‘명백한 편파판정’이라고 답했다. 일부 네티즌은 미국 체조협회사이트와 국제체조연맹 등에 항의 메일을 보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소수이긴 하지만 정당한 판정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네티즌(ID:phoniz)은 “폴 햄의 철봉 연기는 높은 점수를 받을 만했다”며 “(네티즌들이) 근거 없이 무조건 판정을 문제 삼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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