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누가 이기든 상관없죠” 마음의 짐 벗은 김동문

  • 입력 2004년 8월 20일 01시 37분


“함께 가자”‘결승 선착.’ 19일 배드민턴 남자 복식 준결승에서 인도네시아 조를 꺾고 결승 진출을 확정지은 후 김동문(오른쪽)-하태권이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하고 있다. 아테네=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함께 가자”
‘결승 선착.’ 19일 배드민턴 남자 복식 준결승에서 인도네시아 조를 꺾고 결승 진출을 확정지은 후 김동문(오른쪽)-하태권이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하고 있다. 아테네=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휴∼. 이젠 됐다.”

19일 그리스 구디올림픽홀에서 열린 2004 아테네 올림픽 배드민턴 남자 복식 준결승. 한국의 이동수-유용성(이상 삼성전기)조가 덴마크의 옌스 에릭센-마르틴 룬드가르트 조에 2-1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는 순간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 김동문(29·삼성전기)은 짐을 벗었다. 시드를 배정받지 못한 이-유 조이었기에 이 승리는 뜻밖이었다.

3시간 앞서 열린 준결승에서 하태권(삼성전기)과 짝을 이뤄 인도네시아의 엥 하이안-플랜디 림펠리 조를 2-0으로 꺾고 선수촌으로 돌아간 김동문은 이-유 조의 경기를 직접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선수촌에서 TV를 통해 경기를 지켜본 김동문은 이-유 조가 승리하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던가. 16일 나경민(대교눈높이)과 짝을 이룬 혼합 복식 8강에서 탈락한 뒤 잠도 제대로 못 이뤘다. 전체 한국 선수단 중 가장 확실한 금메달이란 전망을 자신의 어이없는 플레이로 망쳤으니….

“정상으로”
‘우리도 결승에.’ 19일 배드민턴 남자 복식 준결승 덴마크 조와의 경기에서 이동수(뒤)가 유용성을 앞에 두고 혼신의 힘을 다해 강력한 점프 스매싱을 하고 있다. 아테네=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단짝’ 하태권과 조를 이룬 남자 복식에서 결승에 올랐지만 내심 이-유 조도 올라와 일찌감치 한국의 금메달을 확정짓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 소원이 이뤄졌다. 한국 배드민턴이 남자 복식에서 나란히 결승전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

이젠 이경원(삼성전기)과 짝을 이뤄 여자 복식 결승에 오른 나경민도 금메달을 따내길 기도한다. 나경민과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헤어지게 된다.

사실 그동안 김동문은 각종 세계 대회에서 연승을 거듭하며 승승장구하는 바람에 겪어야 했던 부담이 너무 컸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금은 떼어 놓은 당상”이란 주위의 기대도 그에겐 짐이 됐다. 결국 ‘2000년 시드니 올림픽 8강 탈락의 악몽’을 재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동문에겐 이게 전화위복의 계기. 짐을 털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20년 넘게 한솥밥을 먹은 하태권의 도움도 컸다. 내성적인 김동문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하태권은 일부러 농담을 해가며 기분을 맞춰주려고 애썼고 선수촌에서 잠을 잘 못 이루는 룸메이트에게 장난을 치며 분위기를 되살렸다.

소속팀 선배 이동수-유용성 조와 결승전에서 맞붙는 김동문은 “이제 이겨도, 져도 좋다.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웃음지었다.

‘혼합 복식 탈락의 충격’이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 복식 결승에서 김동문-길영아, 박주봉-나경민이 금메달을 놓고 맞붙은 이래 8년 만에 배드민턴에서 우리 선수끼리 결승전을 펼치게 된 계기가 됐다.

아테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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