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주오빠. 훈련과 실전은 딴판이에요. 조심해야 돼요.”
23일 ‘죽음의 클래식코스’를 달린 여자태극 마라토너들은 “죽을 뻔 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은정(충남도청)은 “훈련 때 뛴 것과 실전은 완전히 달랐다. 두 배 이상 힘들다. 레이스 전략을 다시 검토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남자 마라톤에 출전할 이봉주(삼성전자)에게 충고했다.
정윤희(SH공사)도 “사전답사 땐 마지막 10km가 내리막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완만한 오르막이 1km이상 이어지는 곳도 있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섞여 있다. 내리막만 있을 것이란 생각을 가지고 뛰었다간 큰 코 다친다”고 말했다.
8km이후 완만한 오르막과 급격한 내리막이 이어져 페이스를 조절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섭씨 35도를 넘는 더운 날씨에 정면에서 내리쬐는 강렬한 햇볕도 레이스의 장애요인.
하지만 난코스와 더위가 생각보다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게 여자마라톤 3인방의 실전 결론. 이은정과 정윤희, 최경희(경기도청)는 “8km부터 오르막이 시작되기 때문에 페이스를 조절할 줄 알았는데 세계기록(2시간15분25초)보유자 래드클리프와 일본 선수들이 처음부터 치고 나가는 바람에 따라가기 버거웠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은 평탄한 초반 8km부터 레이스를 주도한 뒤 이후 계속되는 오르막에서 주도권을 잡는 전략이었다는 것. 결국 남자 마라톤도 같은 레이스가 될 수밖에 없다.
오인환 삼성전자 감독은 “남자마라톤은 세계기록 보유자인 케냐의 폴 터갓을 비롯해 15명 안팎의 우승 후보들이 출전한다.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레이스를 펼쳐온 정상급 마라토너들이라 30km를 넘어서까지 대열이 흩어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 감독은 “오르막의 끝 지점인 약 32km이후에 잠시 내리막이 이어진 뒤 다시 오르막이 나타난다. 이런 점을 감안하고 레이스를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봉주 이명승(이상 삼성전자)과 지영준(코오롱)은 29일 자정 92바르셀로나올림픽의 황영조 이후 12년 만에 금메달에 도전한다.
아테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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