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안재형의눈]유승민 氣싸움에서 먼저 이겼다

  • 입력 2004년 8월 23일 22시 26분


사고 칠 줄 알았다. 88년 서울올림픽 때 (유)남규가 우승할 때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당시에도 워낙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금메달을 땄는데 (유)승민이도 그랬다.

유승민의 승인은 무엇보다도 강력한 포핸드 드라이브가 잘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왕하오는 라켓 양면을 마음대로 구사하는 ‘이면 타법’의 1인자로 전광석화 같은 백핸드가 무섭다. 만약 유승민이 수비에 치중하며 주춤 주춤 뒤로 물러섰다면 고전했을 것이다.

그러나 유승민은 오히려 빠른 공격으로 상대 장점을 철저하게 차단했다. 왕하오는 테이블에 바짝 붙어서 경기하는 스타일이다. 유승민은 이런 왕하오에게 맞서 테이블에서 떨어지지 않고 과감하게 맞불을 놓았다. 바로 이것이 주효했다.

왕하오는 자신의 주무기가 먹혀들지 않자 당황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1세트를 3점만 내주고 쉽게 따낸 것도 경기 흐름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갈 수 있었던 점.

평소 까다로워하는 중국의 왕리친과 마린을 피할 수 있었던 대진운도 좋았다. 하늘도 그를 밀어준 듯 하다.

기술과 함께 기세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은 유승민의 강인한 정신력도 칭찬해 주고 싶다. 축하한다.

한국체대감독·본보 해설위원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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