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도 기색않는 당신… 부상없이 유종의 美 거두세요”
“제발 별 다른 부상 없이 무사히 경기를 치르고 돌아오기만 바라고 있습니다.”
선수생활의 대미를 아테네 올림픽 월계관으로 장식하기 위해 지옥훈련을 감내하고 있는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34·삼성전자). 아테네에서 북쪽으로 100여km 떨어진 시바에서 운명의 레이스를 손꼽아 기다리는 이봉주 못지않게 가슴 조이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이봉주의 동갑내기 부인 김미순씨와 만 18개월째인 아들 우석군, 그리고 엄마 뱃속에서 5개월 반을 자란 미래의 둘째 아이다.
불교신자인 김미순씨는 큰 경기가 열릴 때면 꼭 사찰을 찾아 기도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임신 중인 둘째 때문에 집에서 더욱 가슴 졸이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경기를 앞두고는 최대한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해요. 곁에서 보기에 너무 안쓰러워 이제 그만 뛰고 쉬라고 해도 봉주씨가 계속 고집을 부려요. 아테네 올림픽에서 꼭 좋은 성적을 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남자마라톤을 일주일 앞둔 22일 어렵게 전화통화가 됐을 때 김미순씨는 “레이스 전에는 어떤 애기도 할 수 없다”며 인터뷰를 사양했다.
하지만 “우석이가 아빠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초인종이 울리면 우석이가 제일 먼저 ‘아빠’ 하며 달려 나간다”며 “봉주씨도 전화 통화를 할 때면 우석이를 가장 많이 보고 싶어 해요.”
김미순씨는 남편과 거의 매일 전화로 안부를 주고받는다. 주로 김씨가 한국에서 먼저 전화를 거는데 김씨의 느낌으로는 남편의 컨디션이 썩 좋아 보인단다.
“봉주씨는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힘들다는 말을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에게 하지 않아요.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죠. 책임감이 강해 절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을 겁니다. 좋은 결과를 위해 함께 기도해 주세요.”
남자마라톤은 폐막일인 한국시간으로 30일 0시에 108년 전 제1회 올림픽 마라톤 코스였던 클래식코스에서 열린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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