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여자배구 노장4인방 대표 은퇴

“이제 대표팀에서 은퇴할 생각인데 정말 걱정입니다. 앞으로 한국 여자배구가 올림픽무대에 서기 힘들어질지도 모릅니다. 후배들이 분발했으면 좋겠는데….”

한국 여자배구가 아테네 올림픽 8강전에서 러시아에 패해 28년 만의 메달 획득에 실패한 24일 밤.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국가대표를 떠나는 장소연(30·현대건설)의 소회는 남달랐다.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생각에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높아져만 가는 세계의 벽을 절감한 채 떠나는 심정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구민정(31) 장소연(30) 강혜미(30·이상 현대건설) 그리고 최광희(30·KT&G). 지난 10여 년간 한국 여자배구를 이끈 간판 스타 4인방이 아테네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정든 태극마크와 이별한다.

“여한은 없습니다. 열심히 했으니까요.”

당초 최광희를 제외한 현대건설 3인방의 합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구민정은 고질적인 부상, 이미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있던 장소연과 강혜미는 부상과 가정생활을 이유로 대표팀 합류를 거부했던 것. 이들은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5월 올림픽 최종 예선에서 한국에 티켓을 안긴 것으로 자신들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 여자배구는 이번 대회에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이후 28년 만의 메달을 꿈꾸고 있었다. 그리고 그 꿈은 이들 없이는 불가능했다.

결국 이들은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메달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파워와 스피드로 무장한 세계의 벽 앞에 조직력만으로 맞서기엔 한계가 있었다. 떠나는 이들의 마음이 편치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

목 통증으로 테이핑을 하고 러시아전을 치른 세터 강혜미는 “앞으로는 후배들이 꿈을 이룰 차례”라면서도 “이러다가 우리 배구가 세계대회에 아예 초대받지도 못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개막식 때 남북선수단 공동 기수를 맡았던 최고참 구민정은 “열심히 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면서도 “안 되는 걸 어떻게 하느냐”고 안타까운 심정을 내비쳤다.

시급한 세대교체. 노장 4인방을 떠나보내는 한국 여자배구가 안은 숙제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