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오디세이]하얀 집… 붉은 꽃… 푸른 바다

  • 입력 2004년 8월 26일 18시 44분


그리스 산토리니섬의 화려한 풍경
그리스 산토리니섬의 화려한 풍경
산토리니 섬의 카사비앙카

에게해 한가운데 떠 있는 화산섬 산토리니는 검은색과 붉은색 단층이 교대로 수놓여 낯선 풍광을 보여 준다. 바다와 맞닿은 곳에선 수직에 가까운 절벽이 서 있고 그 정상 들판에는 길고 짧은 직선들로 이루어진 카사비앙카(하얀 집)가 들어서 있다.

그 가운데서도 섬의 중심마을 피라(Fira)의 야경은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매력 덩어리. 그 자리에 서 있는 카페테리아 자포라는 늘 사람들로 붐빈다.

파르테논신전에서 보듯이 그리스는 대리석의 나라다. 때문에 큰 건축물들은 대리석으로 지어져 회색빛을 띤다. 하지만 일반가옥이나 작은 교회당은 순백색이라 눈이 부신다. 시멘트 벽돌 위에 수성페인트를 칠한 것이다. 백색 페인트를 칠하는 모습은 산토리니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카사비앙카 덕분에 흰색이 주류를 이루는 이곳에도 파란색은 흔하다. 포도주빛 에게해가 우선 그렇다. 풀장의 바닥과 정교회의 돔 지붕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흰색이 햇빛을 반사하여 시원한 눈맛을 선사한다면, 성스러움을 상징하는 파란색은 물빛과 하늘빛을 닮아 청량감을 안겨 준다. 그리스 국기가 청색과 백색으로 이뤄진 이유를 알 것 같다.

섬의 한쪽 끝을 이루는 작은 마을 오이아(Oia)는 아침이 늦게 시작된다. 하지만 석양에 붉게 물든 카사비앙카와 이글거리는 바다는 보는 이의 기를 죽이고도 남는다. 그게 아니더라도 오전 11시를 전후해 햇살이 달아오르면 건물의 옥상이나 발코니에 등을 다 내놓은 젊은 여자들이 나타나 몸매를 과시하기 시작한다. 이 또한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뭐니 뭐니 해도 오이아 최고의 자랑거리는 카사비앙카가 붉은 꽃을 가득 피운 부겐빌레아와 만나는 순간 펼치는 색채의 교향악이다. 이곳에 아주 흔한 부겐빌레아는 분꽃과에 속하는 열대식물이라 색채가 화려하기 그지없다.

사라져 버린 아틀란티스 대륙의 일부분이라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산토리니 섬. 산토리니를 일러 ‘에게해의 진주’라는 표현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

권삼윤 역사여행가 tumi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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