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 러시아 싱크로 환상 듀오 ‘金빛 유혹’

  • 입력 2004년 8월 26일 18시 44분


어둠이 깔리고 은은한 달이 물 위에 떠올랐다.

경쾌한 ‘돈키호테’ 음악과 함께 두 ‘여신’이 가볍게 물로 뛰어들었다. 두 명이었지만 마치 한몸 같았다. 우아하고 섬세한 손 연기에 이어 잠시 물속으로 사라지더니 힘차게 발이 솟구쳐 올랐다.

6000여 관중은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이들의 연기에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연기가 끝나자 모두 일어나 뜨거운 갈채를 보냈다.

26일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04 아테네 올림픽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듀엣 결선. 러시아의 아나스타샤 다비도바-아나스타샤 에르마코바 조는 합계 99.343점의 높은 점수로 금메달을 땄다. 2위 다치바나 미야-다케다 미호조(일본)는 98.417점으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이어 2연속 은메달. 다비도바는 “정말 기쁘다. 우리는 이 순간을 위해 15년을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다비도바-에르마코바 조는 자유연기에서 10명의 심판 가운데 8명으로부터 10점 만점을 받았다. 특히 예술점수에선 5명 심판 전원으로부터 만점. 기술점수에서 일본과 영국 심판 2명만이 9.9점. 영국 심판은 평소 인색하기로 소문났고 일본 심판은 금메달을 노리던 자국 선수들을 위해 만점을 주지 않았다는 해석.

이현애 한국 싱크로 코치는 “이렇게 만점을 많이 받은 선수들은 처음 봤다. 인간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단 한 군데도 틀리지 않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2001년 후쿠오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일본의 텃세로 2위에 머물렀던 이들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선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 출전은 쉽지 않았다. 시드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올가 브루스니키나-마리아 키세레바조(러시아)가 은퇴했다가 다시 복귀했기 때문. 치열한 러시아 대표 선발전을 거쳐 2승1패로 올림픽 출전 티켓을 따냈다.

21세 동갑내기인 이들은 주니어 시절 2년을 포함해 6년째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하루에 8시간은 수영장에서, 2시간은 체육관에서 강훈련을 해 왔다. 다비도바와 에르마코바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2연패를 노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아테네=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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