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헬리니코체육관에서 열린 2004아테네올림픽 농구 남자 3,4위전. 전날 준결승 패배에 따른 후유증 때문이었을까. 당초 결승 파트너로 꼽혔다가 동메달을 다투게 된 미국 남자 농구 ‘드림팀’과 리투아티아 선수들은 똑같이 흰색 유니폼을 입고 나와 숙소에서 다른 색 운동복을 갖고 나오느라 경기 시작이 40분이나 늦춰졌다.
드림팀은 예선에서 패했던 강적 리투아니아를 104-96으로 꺾은 뒤 동메달을 따냈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부끄러운 사태만큼은 피했지만 그렇다고 좋아할 일은 아니었다. 선배들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깨뜨렸기 때문.
드림팀은 전날 4강전에서 아르헨티나에게 81-89로 완패하면서 미국프로농구(NBA) 출신이 처음 출전한 92년 바르셀로나대회부터 이어져온 3연속 우승 행진을 끝냈다. 미국 남자농구가 올림픽 결승에 못 오른 것은 동메달에 그친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16년만. 통산 13번째 우승도 좌절됐다.
이번 올림픽에서 영광 재연을 노렸던 드림팀은 테러 위협으로 간판스타들이 줄줄이 불참하면서 역대 최약체라는 오명을 씻는 데 실패했다. 예선 첫 경기에선 푸에르토리코에게 19점차로 대패해 올림픽 25연승 행진을 끝내는 수모를 안기도 했다. 이번 대회 이전까지 109승을 올리는 동안 2패에 그쳤던 미국 남자 농구는 아테네에서 5승3패를 기록하며 최강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왕조의 몰락을 지켜본 데이비드 스턴 NBA 커미셔너는 “앞으로 드림팀 선수들이 충분히 훈련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수모를 씻기 위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선 최강의 전력을 갖춘 명실상부한 드림팀이 재가동될 전망.
한편 결승에서는 미국을 꺾은 아르헨티나가 이탈리아를 84-69로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차지하는 감격을 누렸다. 아르헨티나의 종전 최고 성적은 1952년 헬싱키대회 때의 4위.
아테네=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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