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美 남자농구 드림팀 쑥스러운 동메달

  • 입력 2004년 8월 29일 18시 38분


목에 메달을 걸긴 했지만 시상대에 오른 표정은 밝지 않았다. 굳은 얼굴로 고개를 숙인 선수들도 있었다.

28일 헬리니코체육관에서 열린 2004아테네올림픽 농구 남자 3,4위전. 전날 준결승 패배에 따른 후유증 때문이었을까. 당초 결승 파트너로 꼽혔다가 동메달을 다투게 된 미국 남자 농구 ‘드림팀’과 리투아티아 선수들은 똑같이 흰색 유니폼을 입고 나와 숙소에서 다른 색 운동복을 갖고 나오느라 경기 시작이 40분이나 늦춰졌다.

드림팀은 예선에서 패했던 강적 리투아니아를 104-96으로 꺾은 뒤 동메달을 따냈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부끄러운 사태만큼은 피했지만 그렇다고 좋아할 일은 아니었다. 선배들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깨뜨렸기 때문.

드림팀은 전날 4강전에서 아르헨티나에게 81-89로 완패하면서 미국프로농구(NBA) 출신이 처음 출전한 92년 바르셀로나대회부터 이어져온 3연속 우승 행진을 끝냈다. 미국 남자농구가 올림픽 결승에 못 오른 것은 동메달에 그친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16년만. 통산 13번째 우승도 좌절됐다.

이번 올림픽에서 영광 재연을 노렸던 드림팀은 테러 위협으로 간판스타들이 줄줄이 불참하면서 역대 최약체라는 오명을 씻는 데 실패했다. 예선 첫 경기에선 푸에르토리코에게 19점차로 대패해 올림픽 25연승 행진을 끝내는 수모를 안기도 했다. 이번 대회 이전까지 109승을 올리는 동안 2패에 그쳤던 미국 남자 농구는 아테네에서 5승3패를 기록하며 최강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왕조의 몰락을 지켜본 데이비드 스턴 NBA 커미셔너는 “앞으로 드림팀 선수들이 충분히 훈련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수모를 씻기 위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선 최강의 전력을 갖춘 명실상부한 드림팀이 재가동될 전망.

한편 결승에서는 미국을 꺾은 아르헨티나가 이탈리아를 84-69로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차지하는 감격을 누렸다. 아르헨티나의 종전 최고 성적은 1952년 헬싱키대회 때의 4위.

아테네=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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