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오디세이]인류는 또 하나의 신화를 썼다

  • 입력 2004년 8월 29일 18시 38분


파트라스(펠로폰네소스 반도 북서쪽 항구)에서 이타카로 떠나는 배는 저녁 늦게 출발한다. 도착하는 시간은 한밤중이고, 거기서 나오는 배는 새벽 6시 45분이다. 좋으나 싫으나 방문객은 최소한 2박3일은 머물러야 한다. 이해하기 힘든 것은 모두가 잠든 한밤에 들어갔다 새벽에 몰래 빠져 나오는 배편이다.

이타카는 이탈리아 쪽으로 난 바다 이오니아 해에 떠 있는 작은 섬. 서사시 ‘오디세이’의 주인공 오디세우스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어 찾는 사람이 많다. 이탈리아 여행객이 특히 많아 섬에서 가장 큰 마을 바티의 부두에는 그들이 끌고 간 하얀 요트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미인 페넬로페와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던 이타카의 젊은 왕 오디세우스는 내키진 않았지만 트로이 전쟁에 참전하여 ‘트로이 목마’란 계책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리하여 10년 만에 귀국 길에 올랐으나 신과 님프들의 방해로 다시 10년을 지중해 여러 곳을 헤매다 이타카로 돌아왔다. 그 사이 집을 지키던 페넬로페는 숱한 사내들의 구혼 요청도 마다하고 남편의 무사귀환을 기다리며 순결을 지켰다. 그녀는 참으로 정숙한 여인이었다.

‘오디세이’는 서사시라 불리지만 쉽게 말하면 영웅들 이야기다. 그리스는 이야기의 나라다. 이야기는 사람을 끄는 묘약과도 같은 것으로 그리스에선 이 이야기가 역사가 되기도 한다. 헤로도토스가 쓴 ‘역사’도 그렇고 ‘오디세이’와 ‘일리아드’도 예외가 아니다. 히스토리(history)가 서양에서 이야기와 역사란 두 가지 의미를 가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야기, 이야기 하지만 인류 최고의 이야기는 그리스가 자랑하는 신화다. 신화란 신들의 이야기란 뜻이겠지만 사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여 신의 경지에 이르고자 한 그리스인들의 꿈과 야망이 담긴 이야기다. 그런 민족이었기에 그들은 올림픽경기를 그토록 오랫동안 중단 없이 개최할 수 있었던 것이다.

2004 아테네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인류는 또 하나의 신화를 쓴 것이다. 피와 땀과 눈물을 통해. 때문에 우리의 관심은 자연스레 4년 후에 열릴 베이징 올림픽에 쏠린다. 그 또한 새로운 우리의 이야기일 테니까. <끝>

역사여행가 권삼윤 tumi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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